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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 전환”

글로벌 완성차 3위 기업이 자동차 제조 정체성 벗어 던져

안재후 CP

2026-07-27 11:30:05

지난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열린 현대차그룹과 익스플로라토리움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현대차그룹 HMG브랜드경험담당 지성원 부사장, 장재훈 부회장, 정의선 회장, 익스플로라토리움 윌리엄 F. 멜린 이사회 의장, 린지 비어만 관장, 앤 리처드 최고경험책임자(왼쪽부터)가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지난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열린 현대차그룹과 익스플로라토리움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현대차그룹 HMG브랜드경험담당 지성원 부사장, 장재훈 부회장, 정의선 회장, 익스플로라토리움 윌리엄 F. 멜린 이사회 의장, 린지 비어만 관장, 앤 리처드 최고경험책임자(왼쪽부터)가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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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자동차 제조라는 오래된 틀을 벗어 던졌다.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그는 현대차그룹을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자동차와 로봇이라는 개별 제품을 넘어, 한 도시의 모든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자동으로 운영되는 세계를 목표로 삼은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추진이 아니다. 글로벌 완성차 판매 3위 기업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대전환이다.

3단계로 완성되는 전략의 구도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은 세밀하게 설계된 세 개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단계는 제품 차원의 지능화다. 자동차에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하거나, 로봇의 성능을 고도화하는 것이 이 시기의 과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현장의 모든 공정이 하나의 지능형 체계로 통합된다. 제조, 물류, 품질 관리 등 생산 전 영역이 AI의 자동 운영 체계 아래 들어온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미국 조지아의 메타플랜트 등 주요 제조 시설에 우선 배치되며,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에서 연간 최대 3만 대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최종 단계는 에너지, 모빌리티, 로보틱스가 빈틈없이 연결되고 조정되는 도시 레벨의 지능화다. 에너지 공급부터 교통 흐름까지, 도시 전체가 마치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작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 회장이 최종 목표로 제시한 이 도시 레벨 피지컬 AI야말로 현대차그룹의 전략을 가장 명확히 드러낸다.

세계 3위 완성차 기업의 압도적인 자산
야심찬 계획도 충분한 역량이 받쳐주지 않으면 선언에 그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잘 안다. 정 회장은 그룹이 지닌 강점을 명확히 꼬집었다.

첫째는 세계 3위 완성차 기업의 제조 역량이다. 안정된 대규모 생산 시스템과 글로벌 공급망은 피지컬 AI 구현에 필수적인 실물 데이터를 무한정 제공한다. 둘째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품에 안은 로보틱스 기술이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휴머노이드 기술을 확보한 것 자체가 경쟁 우위다.

셋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 플라이휠'이다. 실제 생산·물류·로봇 운용 현장에서 나오는 수십억 km·수억 회의 실증 데이터를 AI 학습에 즉시 활용하고, 그 결과를 다시 현장에 적용하는 선순환 구조다. 이 선순환을 관리하는 능력이 현대차그룹이 다른 경쟁자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제네시스 마그마 차량 모형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엔비디아 X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제네시스 마그마 차량 모형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엔비디아 X


빅테크 파트너들과 짜는 글로벌 협력망
현대차그룹은 역량만으로는 부족함을 인정한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기술 기업들과 손을 맞추고 있다.

24일 AI 서밋 참석 직후 정 회장은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하는 신호를 보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엔비디아와 체결한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 양해각서에 따라, 공동으로 로봇 레퍼런스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다. 동시에 국내 피지컬 AI 인프라 강화와 인재 양성, 제조 디지털 전환의 정교화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새만금 AI 밸리 조성에 약 9조원을 투자하고, 영남 지역에 42조원 규모의 피지컬 AI 생태계 투자를 예정하는 등 국내 기반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로봇택시 기업 웨이모와 손을 잡았다.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에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되는 방식으로 협력이 진행 중이다. 한편 구글 딥마인드와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기술 개발에 함께 매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런 협력 관계의 의미를 명확히 했다. "빅테크와의 협력이 국내 피지컬 AI 산업 성장의 밑거름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내 로봇·AI 기술 고도화를 위한 열린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본격화되는 인재 전략
현대차그룹은 선언을 실행에 옮기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영입한 제레미 마를 실리콘밸리에 신설한 '첨단차플랫폼(AVP) 실리콘밸리'의 리더로 삼았다.

마 전무는 미 항공우주국(NASA), 애플, 엔비디아 등에서 자율주행과 로보틱스를 연구해온 실리콘밸리의 핵심 인물이다. 이 같은 인물을 리더로 데려온 것은 현대차그룹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인재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9월에는 실리콘밸리에서 'HMG 테크 탤런트 포럼'을 개최한다. AI, 소프트웨어, 로보틱스, 미래모빌리티 분야의 우수 인재들을 초청해 현대차그룹의 비전과 기술 혁신 성과를 소개하고, 그룹의 리더십과 연구개발 인력들이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다. 동시에 'HMG 글로벌 테크 탤런트 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최고 인재들을 수혈하는 체계도 구축했다.

글로벌 혁신 허브에 뿌리 내린 야망
이 모든 움직임의 무대가 실리콘밸리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의 확고한 비전 속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의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은 글로벌 테크 기업과 스타트업, 연구기관, 대학이 유기적으로 뒤얽혀 있는 글로벌 혁신 허브다. 여기서 창출되는 아이디어와 기술, 인재의 흐름이 세계 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2011년부터 실리콘밸리에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 '현대크래들'(전 현대벤처스)을 운영해왔다. 지난 4월에는 샌프란시스코의 체험형 과학관 '익스플로라토리움'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교류 범위를 확장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실리콘밸리 집중은 전략적 선택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기업과 인재가 밀집한 생태계 속에서만 피지컬 AI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공개 선언부터 조직 신설, 인재 영입까지 이어진 일련의 움직임은 현대차그룹이 이 전환을 얼마나 심각하게 추진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다만 피지컬 AI 시대의 실현까지는 여전히 많은 기술적, 시장적 난제가 남아 있다. 현대차그룹의 도시 단위 지능화 구상이 현실로 완성되기까지, 지금부터가 진정한 경쟁의 시작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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