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사 최대 애니메이션 인수, 그 배경은
크래프톤은 베인캐피탈재팬의 계열사인 BCJ-31을 750억 엔(약 7103억원)에 인수해 ADK 그룹 전체를 품게 됐다. ADK는 일본 3대 종합광고회사 중 하나로, 연간 거래규모만 3480억 엔(약 3조 2600억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다. 특히 'ADK이모션즈'를 통해 300여 편의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에 참여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크래프톤의 콘텐츠 다각화 전략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수는 크래프톤이 안고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현재 크래프톤 매출의 대부분은 여전히 배틀그라운드 단일 IP에서 발생한다. 2024년 연간 매출 2조 7,098억원, 영업이익 1조 1,825억원을 달성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단일 게임 타이틀에 편중된 수익구조는 시장 변화에 취약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크래프톤의 인수합병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미국 게임 개발사 언노운월즈엔터테인먼트를 5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5858억원)에 인수했지만, 인수 2년 만에 2000억원대 손상차손을 반영하며 실패 사례로 남았다. 하지만 크래프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4년 일본 게임 개발사 '탱고 게임웍스(Tango Gameworks)'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는 더욱 적극적인 M&A를 예고했다. 최근 넵튠을 인수해 '이터널 리턴' 등 게임 포트폴리오를 보강했으며, 올해 국내 대형 게임사 M&A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은 M&A를 위해 게임사 350여곳을 검토했다고 밝히며, "현금이 풍부한 크래프톤으로선 지금이 황금기"라며 "꼭 게임사가 아니더라도 글로벌 조 단위 투자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
'미디어 확장형 게임 기업' 전략의 현실화
이번 ADK 인수는 장병규 의장이 2021년 IPO 간담회에서 선언한 '미디어 확장형 게임 기업' 전략의 본격적인 실행으로 평가된다. 당시 그는 "게임을 중심으로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변주하는 것이 크래프톤의 숙명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ADK의 70년 광고 인프라와 애니메이션 기획력이 크래프톤의 글로벌 게임 개발·서비스 경험과 결합한다면, 배틀그라운드 등 기존 IP의 애니메이션화는 물론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 IP 허브' 구상의 출발점
업계에서는 이번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인수가 크래프톤이 구상해온 '아시아 IP 허브' 전략의 본격적인 실행 출발점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크래프톤은 이미 인도·동남아 지역 콘텐츠 스튜디오와 게임 개발사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왔다.
한국을 거점으로 일본과 인도·동남아의 원천 IP를 연결하고, 이를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 공급하는 '동아시아 스토리텔링 플랫폼'으로의 도약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ADK와의 협업을 통해 게임과 애니메이션 간 다양한 접점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양사의 강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글로벌 콘텐츠 사업의 새로운 기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실적 호조 속 더 큰 도약 준비
이번 대규모 인수는 크래프톤의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한다. 2024년 연간 매출 2조7천98억원, 영업이익 1조1천825억원을 기록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각각 41.8%, 54.0% 성장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 매출은 1조6898억원, PC 매출은 9419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5.7%, 61.3% 상승하며 플랫폼별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전체 매출의 9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도 확고히 하고 있다.
7000억원이 넘는 초대형 베팅을 통해 크래프톤이 그려가는 '포스트 배틀그라운드' 시나리오가 성공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단순한 게임 회사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