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 내용을 보면 1,500억달러는 '조선협력펀드'로 미국 조선 밸류체인에 투자되고, 나머지 2,000억달러는 반도체, 원전, 2차전지 등 전략산업을 포괄하는 투자펀드로 구성된다. 예상대로 1,000억달러 에너지(LNG) 구입도 포함됐다. 다만 자동차·트럭 시장은 완전 개방된 반면, 협상 쟁점이었던 쌀·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은 협정에서 제외됐다.
신한투자증권 노동길 전략팀장은 "이번 협상 타결은 투자심리 개선에 따른 밸류에이션(PER) 상승 요인"이라며 "만일 협상 실패로 25% 관세가 부과됐더라도 공급망의 비탄력적 성격을 고려하면 실적 영향은 6~12개월 지연될 수 있었지만, 투자심리와 PER에는 부정적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KOSPI는 미일 관세 협정 가능성이 제기된 7월 23일 이후 2.7% 상승했으며, 업종별로는 IT가전, 디스플레이, IT하드웨어, 자동차 등 관세 피해주 중심으로 반등했다. 다만 이익 컨센서스에서는 관세 협정 실패 우려를 마진에 반영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실적 전망 효과보다는 투자심리 개선에 따른 밸류에이션 상승이 주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자동차는 두 가지 우려에 직면했다. 첫째, 당초 유럽연합 및 일본 대비 2.5%포인트 낮았던 FTA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됐고(일괄 15% 관세율), 둘째로 국내 내수 시장이라는 비과세 장벽을 유지하지 못했다. 여기에 미국 실효 관세율이 18%대로 높은 상황에서 관세 전가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 실질 소비 감소 등도 부담 요인이다.
지수 전망도 상향 조정됐다. 노동길 팀장은 "8월 전망자료 '안티 모멘텀'에서 밝혔던 예상 밴드 3,100~3,300포인트를 상향 돌파할 재료"라며 "하반기 유동성 랠리에 따른 KOSPI PER이 11.5~12.0배로 예상되는 가운데 8월 전망 상단을 돌파해 등락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전망했다.
업종별로는 소비와 투자를 나눠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대미 투자 관련 산업재와 유틸리티(원전 중심)는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반면, 소비 경기는 관세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으로 모멘텀 약화를 겪을 수 있다. 연준이 7월 FOMC에서 관세 영향을 언급하며 금리 동결에 나선 점도 변수다.
특히 상호관세 확정으로 제조업의 유통업체 전가 속도가 빨라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018~2019년 트럼프 1기 무역분쟁 당시 철강, 알루미늄, 구리는 과잉 공급이나 보관비용 부담으로 관세를 전가하기보다 제조업체들이 마진에 반영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한미 무역협상 타결은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 개선과 PER 상승을 통한 지수 상승 요인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대미 투자 밸류체인과 AI 투자 사이클 수혜주 중심의 선별적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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