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수로 네이버는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확보한 왈라팝 지분 29.5%와 합쳐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네이버가 왈라팝에 투입한 총 투자금액은 8500억원 규모로, 2023년 1조 6천억원을 들여 인수한 포시마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해외 인수합병 사례다.
월 1900만 명이 이용하는 '유럽판 당근마켓'
왈라팝은 2013년 스페인에서 설립된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1900만 명을 넘는 스페인 최대 C2C 업체다. 일상 생활용품부터 전자기기, 자동차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개인간 거래를 지원하며, '유럽판 당근마켓'으로 불린다.

이해진 의장 사진=네이버 제공
글로벌 C2C 시장, 급성장하는 '차세대 먹거리'
네이버가 C2C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장의 폭발적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1년 24조원으로 6배 성장했으며, 올해 30조원, 2025년에는 43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은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중고거래 시장은 2021년 270억 달러에서 2025년 770억 달러(약 98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전 세계 중고 의류시장이 2021년 400억 달러에서 2025년 770억 달러로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성장은 MZ세대의 가치 소비 성향과 순환 경제에 대한 관심 증가, 고물가 시대의 합리적 소비 트렌드가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로모니터는 '리커머스 2.0 시대'를 2024년 주요 디지털 소비자 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네이버의 이번 왈라팝 인수는 포시마크의 성공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 2023년 1월 1조 6천억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최대 패션 C2C 플랫폼 포시마크는 초기 적자 우려에도 불구하고 빠른 수익성 개선을 보여줬다.
포시마크는 인수 1년 만인 2024년 1분기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2분기에는 흑자 규모를 더욱 확대했다. 특히 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하며 성장을 이끌었고, 네이버의 검색 기술과 라이브커머스 기능이 접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네이버는 왈라팝에도 포시마크와 마찬가지로 검색, 광고, 결제, AI 등 핵심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이미지 검색, 라이브커머스, 리뷰 기반 리셀 등 차별화된 기술 서비스를 통해 왈라팝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크로스보더 커머스로 글로벌 C2C 생태계 구축
네이버는 이번 왈라팝 인수를 통해 글로벌 C2C 생태계 구축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한국의 크림, 일본의 소다, 미국의 포시마크, 유럽의 왈라팝을 중심으로 전 세계 주요 시장을 아우르는 C2C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게 됐다.
이는 '크로스보더 커머스' 전략의 핵심으로, 각 지역 플랫폼 간 연계를 통해 글로벌 통합 거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지역별 특화된 상품과 문화를 공유하고, 사용자 데이터와 AI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갈 방침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는 지난 10여년 동안 유럽 시장에 투자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파트너십을 가져갈 대상을 지속 물색해왔다"며 "왈라팝은 글로벌 빅테크가 전세계 시장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스페인의 C2C 시장 대표자로 자리잡은 강자"라고 강조했다.
네이버의 글로벌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까
네이버의 공격적인 C2C 투자는 국내 시장 성장 정체와 글로벌 진출 필요성이 맞물린 결과다. 검색과 광고 시장은 구글과 유튜브, 일반 커머스는 아마존과 이베이 등 거대 테크 기업들이 장악한 상황에서, C2C는 네이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C2C 시장은 아직 아마존 같은 절대 강자가 없어 네이버가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영역이다. 데이터의 다양성이 경쟁력이 되는 AI 생태계에서도 다양한 상품과 경험이 공유되는 C2C 플랫폼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부에서는 네이버가 과도한 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과 각 지역별 플랫폼 간 실질적 시너지 창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포시마크의 경우 초기 우려와 달리 빠른 수익성 개선을 보여줬지만, 왈라팝에서도 같은 성공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급성장하는 글로벌 C2C 시장에서 네이버가 구축한 전방위적 포트폴리오는 향후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왈라팝 인수를 통해 네이버가 '글로벌 C2C 최강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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