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림 앞바다에서 새벽녘 갓 잡아 올린 은빛 갈치가 그날 밤 600여 킬로미터 떨어진 수도권 고객의 식탁에 오르는 일이 현실이 되었다. 쿠팡이 지난 7월 1일부터 유통업계 최초로 제주산 생갈치와 옥돔 등 수산물을 항공직송을 통해 전국 와우회원들에게 새벽배송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제주 수산업계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
이번 항공직송 서비스는 단순한 물류 개선을 넘어 제주 지역 수산업 생태계 전체에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제주 지역 어업인들이 고령화되고 소득이 해마다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판로 확대가 절실했던 현지 어민과 수산물업체들에게 희망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냉동 없이 생물 상태 그대로, 24시간 내 전국 배송
신선도 유지를 위해 충분한 아이스팩과 스티로폼 패키지로 포장된 상품은 오후 항공편을 통해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에 도착한다. 이후 쿠팡 물류센터와 배송캠프를 거쳐 전국 고객에게 익일 오전 7시까지 새벽배송된다. 와우회원은 경매가 열리지 않는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 오후 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쿠팡이 올해 초 제주에 약 200억원을 투자해 구축한 신선식품 풀필먼트센터를 바탕으로 가능해졌다. 쿠팡은 그동안 전국 30개 지역, 100개 이상 물류 인프라를 통해 전라도와 경상도 등지의 수산물을 산지직송해왔지만, 바다를 사이에 둔 제주산 수산물에 대해서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했다. 이번 항공직송 서비스는 상품 출고부터 최종 배송까지 쿠팡이 책임지는 '엔드투엔드' 물류 프로세스에 항공기 운송방식을 결합해 이 한계를 극복한 사례다.
지역 수산업체의 새로운 성장 동력
항공직송 서비스 도입 한 달 만에 나타난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제주 수산물업체 창해수산은 갈치와 옥돔으로만 연말까지 2억3억원의 매출을 전망하고 있다. 문성익 창해수산 대표는 "지난 7월 한 달간 매일 150200kg(200300세트) 규모의 생갈치가 쿠팡을 통해 전국에 새벽배송됐다"며 "향후 생산량을 늘려 하루 7001000개 세트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창해수산은 최근 150평 규모의 공장을 신규 오픈하고 직원 15명을 추가 고용했다. 2009년 설립된 창해수산의 사업은 그동안 제주 동문시장이나 지역 농수산업체 납품, 2~3일 소요되는 냉동 수산물 선물세트 택배에 머물렀다. 하지만 항공직송을 통해 유통 판로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게 됐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찾은 새로운 희망
제주 수산업계가 직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도내 어업 인구는 2015년 9884명에서 2020년 6833명으로 31%(3051명) 감소했으며, 최근 5년간 전국 17개 시·도 중 울산에 이어 두 번째로 감소 폭이 컸다. 특히 어선을 사용하지 않는 어민 76.5%가 40년 이상 어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70%가 10년 이내에 현재 직업을 정리하겠다고 응답할 정도로 업계의 고령화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5년간 전국 어가의 평균 어업 소득은 어업비용 증가 등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1년 1967만원으로 5년 전과 비교해 27%(702만원) 감소했다. 반면 어업비용은 2017년 2837만원에서 2021년 5739만원으로 5년 사이 두 배나 급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쿠팡의 항공직송 서비스는 제주 어민들에게 새로운 판로와 수익 창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긍정적 반응
서귀포 수협 김미자 조합장은 "신선도 유지가 관건인데 쿠팡의 물류시스템이 이를 해결했다"며 "클릭 한 번으로 청정 서귀포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수산물을 국민이 소비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제주 서귀포시)도 "서귀포 어민들이 정성껏 잡은 생물이 하루도 안 돼 전국 소비자의 식탁에 올라갈 수 있게 된 건 유통망의 혁신적인 변화"라며 "어획량 감소와 판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지역 어가와 수산물업체들이 다시 숨통이 트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쿠팡 측도 지속적인 서비스 확대 의지를 밝혔다. 최근 제주도와 수산물 판로 확대 업무협약을 체결한 쿠팡은 항공기로 새벽배송이 가능한 수산물을 늘릴 계획이다. 민어나 가자미, 오징어, 뿔소라, 성게 등 다른 수산물도 어획 시즌에 맞춰 추진할 방침이다.
물류 혁신이 가져온 지역경제 활성화
이번 항공직송 서비스는 단순한 배송 서비스를 넘어 지역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창해수산 직원들은 "쿠팡을 통해 유통 판로가 한정적이었던 생물 수산물의 판로가 전국으로 확대돼 제주 수산물업체와 어민 소득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날씨가 안 좋으면 제주 관광객 유입이 줄어 기존 오프라인 유통이 타격을 받았던 문제도 온라인 직판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판로가 끊긴 지역 수산물 공장들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새로운 유통 채널 확보는 지역 수산업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쿠팡의 제주 지역 투자도 지속되고 있다. 쿠팡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3조원 이상을 전국 물류 인프라 확충에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제주와 같은 도서산간 지역의 물류 개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전국 확산 가능성과 향후 전망
이성한 쿠팡 로켓프레시 본부장은 "제주 지역의 더 많은 중소업체와 어민들이 소득을 늘릴 수 있도록 항공편을 활용해 이들의 전국 판로를 확대할 방침"이라며 "고객을 위한 배송과 상품 개발 혁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의 항공직송 서비스가 제주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이 모델이 다른 도서산간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울릉도, 백령도 등 다른 섬 지역의 특산물도 비슷한 방식으로 전국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 수산물 항공직송 서비스는 물류 기술의 발전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새벽에 잡은 싱싱한 제주 갈치를 그날 밤 전국 어디서나 받아볼 수 있게 된 것은 단순한 편의성 향상을 넘어, 지역 상생과 균형 발전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에픽 신승윤 CP / kiss.sf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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