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천1사업장 야경.
여천NCC는 국내 3위 석유화학 업체로 1분기 기준 자산 3조3천억원, 부채 2조4천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부채비율이 281%에 달해 심각한 재무 위기 상황이다. 특히 총 차입금 1조4천억원 중 단기차입금이 9,278억원에 달하는 반면, 현금성자산은 777억원에 불과해 유동성 위기가 임박한 상태다.
이번 자금지원으로 여천NCC는 단기적으로 숨통을 틀 수 있을 전망이다. 2,000억원 상환 시 연간 약 100억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재무부담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DL그룹과 한화솔루션의 지원으로 당장의 유동성 위기는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여천NCC는 지속적인 적자 상황에서 1조원 규모의 단기차입금을 안고 있어,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경우 그룹사의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될 4차 배출권거래제에서 석유화학 업종이 유상할당 업종으로 포함될 경우, 업계 위기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 업체들의 좌초자산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체별 상황을 보면 금고석유는 부채비율이 35%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LG화학도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반영으로 흑자를 지속하고 있어 단기 리스크는 제한적이다. 롯데케미칼은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지만 타이탄 상장, LC USA 지분 유동화, LC PL 매각 등 선제적인 Asset light를 진행하며 악화된 시황에 대응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중국 화학 설비 폐쇄가 현실화될 경우 업황이 점진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최대 1천만톤(중국 전체의 20%) 규모의 설비 폐쇄를 단행할 경우 공급 과잉 문제가 일부 해소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주간 제품 가격 동향을 보면 대부분의 석유화학 제품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유 부문에서는 WTI가 5.5%, 휘발유가 2.5%, 등유가 3.5%, 경유가 4.9% 각각 하락했다. 화학 부문에서도 납사가 6.5%, 에탄이 4.5%, 프로판이 4.2% 하락하는 등 전반적인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황성현 연구원은 "여천NCC 사태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단순한 자금 수혈이 아닌 정부 차원의 산업 구조조정과 원가 절감, 설비 효율화 등 근본적인 정상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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