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견기업들의 매출 상당 부분이 계열사 간 거래에서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SPC그룹.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13일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자산 5조원 미만 상위 30대 중견그룹 348개 계열사의 총 매출 82조2,933억원 중 18.3%에 해당하는 15조220억원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이는 중견그룹 매출의 거의 5분의 1이 계열사 간 거래라는 뜻이다.
넥센그룹 매출 절반이 내부거래
그룹별 내부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넥센그룹이 52.1%로 가장 높았다. 넥센그룹은 작년 총 매출 2조7,226억원 중 1조4,178억원을 계열사 간 거래로 올렸다. 이는 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이 외부 고객이 아닌 계열사에서 나왔다는 의미다.
주목할 점은 특수관계인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 간의 뚜렷한 상관관계다.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의 내부거래 평균 비중은 22.3%로, 그렇지 않은 기업의 평균 14.0%보다 8.3%포인트나 높았다. 이는 소유 구조가 불투명하고 특정 인물이나 가족의 지배력이 강한 기업일수록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매출을 부풀리거나 특정 계열사에 이익을 몰아주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수관계인 지분이 높은 기업 중에서는 내부거래 비중이 90%를 넘는 곳도 27곳에 달했다. SPC그룹이 5곳으로 가장 많았고, 오뚜기가 3곳, 한일홀딩스와 오리온이 각각 2곳씩 포함됐다.
극단적인 사례도 발견됐다. 현대그룹과 동화그룹의 일부 계열사는 매출의 100%를 내부거래로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네트워크(매출 15억원)와 그린글로벌코리아(매출 24억원)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사실상 외부 고객 없이 계열사 거래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높은 내부거래 비중은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선 실제 시장 경쟁력과 무관하게 매출이 부풀려질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위험이 있다. 또한 계열사 간 부당한 이익 이전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 전문가들은 "내부거래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기업의 독립적 경영과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며 "특히 특수관계인 지분율과의 높은 상관관계는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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