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 회장(사진 오른쪽)과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잔=SK그룹)
서울에서 펼쳐진 에너지 미래 청사진
지난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만찬은 단순한 비즈니스 미팅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생태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자리였다. 최태원 회장과 게이츠 이사장은 SK가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미국 테라파워의 SMR 기술 개발과 상업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만찬 자리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사장, SK이노베이션 에너지솔루션사업단 김무환 단장,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 최윤정 본부장 등 SK 핵심 임원진과 테라파워의 크리스 르베크 CEO가 함께했다. 이는 SK그룹이 SMR 사업을 단순한 투자가 아닌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만찬에서 "한국과 SK가 테라파워 SMR 상용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SMR의 안전성과 효율성, 친환경성을 바탕으로 시장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을 함께 해나가자"고 제안했다.
게이츠 이사장 역시 한국의 역할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차세대 SMR의 빠른 실증과 확산을 위해 한국 정부의 규제 체계 수립과 공급망 구축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 경우 앞으로 SK와 테라파워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협력 논의는 다음 날인 22일 오전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계속됐다. 이번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안세진 원전산업정책국장까지 참석해 한미 협력 기반의 한국형 SMR 생태계 구축 방안이 본격 논의됐다.
정부 관계자들의 참석은 SMR 사업이 단순한 민간 차원의 협력을 넘어 국가적 에너지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SK와 테라파워는 이 자리에서 현재 진행 중인 SMR 투자와 기술 개발 현황, 한국수력원자력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업용 원자로 개발 경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SK 측은 2040년이면 수백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SMR 시장 선점을 위해 정부에 구체적인 지원책을 요청했다. 민간 참여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지원, 정부 차원의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선진 제도 도입 등이 주요 내용이다.
10년 넘게 쌓아온 신뢰, 새로운 도약의 발판
SK그룹과 빌 게이츠의 인연은 이미 10년을 훌쩍 넘었다. 백신 분야에서 시작된 협력은 이제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 확장되고 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8월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2대 주주가 됐고, 2023년 3월에는 SK이노베이션과 한수원, 테라파워가 차세대 SMR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테라파워는 현재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세계 최초 상업용 첨단 SMR 플랜트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건설허가 심사 기간 단축 등 연방정부의 강력한 지원 속에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김무환 SK이노베이션 에너지솔루션사업단장은 "SMR은 탄소 감축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테라파워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국내 SMR 생태계 구축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선도적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협력 강화는 단순히 새로운 사업 영역 진출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대에 한국이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SK그룹과 빌 게이츠의 만남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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