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람코 부산 장림 데이터센터 조감도.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수요는 급증하지만 공급은 막혀 있는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전력 수급 제한과 지역 민원 등으로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한 수도권을 대신할 새로운 거점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이 차세대 디지털 허브로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국내 해저 광케이블의 90% 이상이 부산을 경유하며, 전력자립도도 217%에 달해 안정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은 해저 광케이블과 육양국이 집적된 국내 최대 통신망 허브도시로,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들과 네트워크가 직접 연결되는 지리적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부산을 선호하는 이유다.
대지면적 10,358㎡에 지하 4층~지상 7층, 연면적 46,877㎡ 규모로 계획된 이 데이터센터는 한국전력과 40MW의 수전용량 계약까지 체결을 완료했다. 이미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설립을 마치고 내년 중순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범LG 그룹과 전략적 협력... 개발부터 운영까지 원스톱
주목할 점은 이번 프로젝트의 협력 구조다. 코람코자산운용이 자산관리사로 사업을 총괄하고, 코람코자산신탁이 자금관리사로 참여한다. 시공과 시설 위탁운영은 각각 GS건설과 LG유플러스가 맡아 범LG그룹의 계열사 간 시너지가 기대되는 구조다.
이는 코람코의 차별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다른 운용사들이 완성된 데이터센터를 매입해 운용하는 것과 달리, 코람코는 직접 개발부터 시작한다. 건설사 출신 임직원들로 구성된 개발본부를 보유해 부지매입부터 자금조달, 설계, 인허가, 시공까지 전 과정을 내부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코람코의 데이터센터 투자는 부산 프로젝트로 끝나지 않는다. 회사는 최근 2028년까지 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10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신산업 수요에 대응해 국내 최대 디지털 인프라 투자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수도권과 부산을 양대 축으로 한 전국적 디지털 인프라 거점 구축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향후 데이터센터 전문 블라인드펀드와 상장 리츠 출시를 통해 투자를 더욱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박형석 코람코자산운용 대표이사는 "데이터센터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 인프라로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코람코와 범LG그룹 계열사들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차별화된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집중에서 벗어나 지방 거점 중심의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 지도를 그리는 코람코의 도전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부산이 단순한 대안이 아닌 진정한 디지털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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