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로코의 오아시스는 수천 년 동안 건조한 땅에서의 삶을 지탱해 왔다. 물이 모인 자리마다 대추야자 숲이 뿌리를 내리고, 사람들의 지혜가 척박한 땅에서 생명력 넘치는 공동체를 일구어낸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풍경은 모래에 잠식되어 가고 있다. 울창했던 대추야자 숲과 농지 대부분은 말라 죽었고, 끊임없는 고온과 가뭄이 이끄는 위협에 많은 주민이 고향을 떠나고 있다.

모로코는 2015년부터 이어진 장기 가뭄으로 고통을 겪어왔다. 과도한 지하수 개발과 비효율적인 물 관리가 겹치면서, 1996년 7m 깊이로 충분했던 우물은 이제 16m까지 파야 물이 나온다. 염분기 있는 지하수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농경지는 불모지로 변해갔다. 지난 3월, 7년 만에 내린 폭우는 댐 수위를 35%까지 끌어올리며 잠시 희망을 안겼지만, 오아시스가 밀집된 남부와 중부 지역의 지하수는 여전히 고갈된 상태였다.


삶의 터전을 잃은 젊은이들은 결국 도시로 떠나고, 이에 따라 오아시스를 유지해 온 공동체의 지혜와 힘이 사라지면서 사막화는 더 가속화되고 있다. 오아시스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자연 풍경의 변화를 넘어, 그 땅이 공동체를 더 이상 지탱할 힘을 잃었음을 의미한다.
이 위기는 결코 모로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아시스 공동체의 붕괴는 식량 생산의 차질로 이어져 국제 농산물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결국 우리 식탁의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는 지구라는 하나의 시스템을 공유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My Own Planet, ‘There is no Planet B’.
기후 위기는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기후 위기가 나쁜 결과로 귀결된다면, 단 하나뿐인 지구는 돌이킬 수가 없다. 그 때문에 기후 위기는 단순히 기상학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각으로 함께 이야기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마이오운플래닛’은 이러한 기후 위기의 신호에 귀 기울이며, 지구의 시스템을 시각화하고, 실천으로 이어가는 일상 속 기후 행동 캠페인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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