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예술가 양시영의 작품활동 과정에서 곁을 지켜온 어머니 강정자 씨는 어린 시절부터 아들을 위해 수많은 치료실을 찾아다니며 서울과 광주를 오가고,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희망을 붙잡으며 끝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녀가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것은 치료실만큼이나 아들이 경험하는 일상 속 관계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었다. 슈퍼 아주머니, 세탁소 직원, 친구들이 아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짧은 대화를 나누며 양시영 작가는 비로소 ‘사람들 사이 속의 나’를 느끼게 되었고, 그 경험이 예술을 대하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어머니 강정자 씨는 “서울까지 오가며 치료를 받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치료만이 답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일상에서의 작은 만남들이 아들을 바꿨다. 그 결과 작가는 전시회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관객들의 칭찬과 인정 속에서 스스로를 예술가라 부르며 한층 성숙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인식의 벽과 제도적 한계는 존재한다. 발달장애 예술가가 진정한 예술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편견을 깨는 인식 개선이 절실하며, 접근성 높은 치료와 교육, 전시와 유통 기회 확대 같은 공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가족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에 커뮤니티와 동료 예술가들과의 교류, 안정적인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안정적인 예술활동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그들의 작품 활동이 단발적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경로를 통해 안정적인 수입과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장이 강화돼야 하며, 공공기관과 기업, 단체들이 협력해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양시영 작가는 “작가로서의 여정은 재능만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헌신과 믿음, 그리고 사회 속 작은 만남과 인정들이 쌓여 이룬 결과였으며, 그 경험은 저와 같은 발달장애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것이 단순한 치료나 교육이 아닌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와 그것을 지탱하는 제도적 정서적 기반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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