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대 금융투자협회 협회장에 도전하는 신영증권 황성엽 사장.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의 말이다. 1987년 신영증권 입사 이후 38년째 한 우물을 판 정통 증권맨인 그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투자업계 전체의 목소리를 담아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황 대표의 출마는 업계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운용사 중심으로 이어져 온 협회 리더십에서 벗어나, 자본시장 현안에 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증권사 출신이 필요하다는 업계 요구가 높아진 시점이기 때문이다.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아우르는 균형자
2020년 6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연속 흑자 기록을 지켜온 그의 경영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대표이사 취임 전에는 2005년부터 경영지원부 리스크관리팀 담당 임원으로 기획·인사·재무·금융상품을 두루 거친 데 이어, 2008년 자산운용본부장, 2012년 법인사업본부장, 2014년 투자은행(IB) 사업부문 총괄을 역임하며 핵심 사업부문 경험을 쌓았다.
황 대표가 내세운 핵심 가치는 '조율형 리더십'이다. "저의 다짐은 단 하나, 'Small Helper but Good Listener'"라며 "작지만 누구보다 잘 듣고 반드시 실천하는 협회장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실제로 9월 초 출마 선언 이후 지금까지 70여 개 회원사를 만나 각 사의 요구사항을 경청했다는 그는, 시간 단위로 회원사들을 접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뛰고 있다.
투자은행 중심 금융 체제로의 전환
황 대표가 그리는 자본시장의 미래는 명확하다. 은행 중심에서 투자은행 중심으로의 구조 전환이다. "이제는 자본시장이 한국 경제 리바이벌의 중심이 돼야 할 골든타임"이라며 "은행 중심의 금융 체제를 넘어 투자은행 중심 구조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5대 은행 자기자본은 165조 원, 60개 증권사는 100조 원에 육박해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다"며 "이제 자본시장이 주도권을 가져와 생산적 금융을 확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중소형사의 발행어음 인가 문턱 완화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현재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만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발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개선해, 3조~4조 원은 100%, 2조 원 이상은 50%, 1조 원 이상은 25%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진입은 쉽게 하되 문제가 생기면 제재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자율성과 경쟁을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퇴직연금 개혁을 위한 몇 가지 과제
황 대표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는 것 중 하나가 퇴직연금 제도 개선이다. "미국의 401(k),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처럼 장기투자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현재 디폴트옵션이 원금보장형 위주여서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장기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금융당국·고용노동부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디폴트옵션의 88%가 정기예금으로 운용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리금보장상품으로만 구성된 상품을 조정하고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하지 않아도 적절한 투자상품이 자동 지정되는 이른바 옵트아웃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연금 인출 시대 대비도 빼놓지 않았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인 퇴직 연령에 도달하면서 연금 인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지만, 금융회사들의 서비스는 아직 초기 단계라는 지적이다. 황 대표는 "금융회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최적의 인출전략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며 "연금 인출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투자 상품 개발에도 금투협이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ETF 투자 확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퇴직연금 가입고객의 운용 현황을 분석해 보면 ETF 투자자들이 펀드 투자자보다 더 자주 매매하는 데 반해 장기적 수익률은 더 높지 않은 모습이 많다"며 "ETF 투자도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장기 분산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보 어드바이저나 일임 서비스 등을 통해 다양한 ETF를 적절하게 조합한 포트폴리오 서비스가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연금세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불합리한 점들을 하나씩 개선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계좌에서 국내 주식의 매매차익은 비과세인데 반해 연금 계좌에서는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한 점을 찾아서 하나씩 개선하도록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중도인출 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운용하도록 세제혜택을 강화하고, 일시금 인출과 연금 인출의 세제 차이를 확실하게 해서 연금으로 활용하게끔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적연금 자산 1000조 시대를 앞둔 시점에서 황 대표는 자본의 효율적 재분배를 강조했다. "그동안 부동산으로 몰린 자본을 생산적인 투자로 물꼬를 바꾸는 자본의 재분배가 시급하다"며 "연금 자산도 국내 투자를 적극 이끌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이 성장해 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투협이 혁신기업 성장을 견인하는 '국가 성장 플랫폼'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국가 전략산업과 연결해 자본시장 중심으로 변화를 이끌고, 가계자산의 흐름을 부동산 편중에서 증시 및 연금시장으로 전환해 노후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모험자본의 범위를 유연하게 봐 데이터센터 등 신산업 인프라 투자도 모험자본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차기 협회장은 증권사 출신 필요”
업계에서는 차기 협회장으로 증권사 출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요 현안에서 보다 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증권사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 현안에 대해 힘 있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증권사 출신이 협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요구가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취임 90일 내 핵심 어젠다를 실행하겠다"며 "먼저 경청하고, 반드시 실천한다는 모토로 회원사들과 함께 자본시장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내겠다"고 다짐했다.
38년 증권맨의 도전이 금융투자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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