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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 3739세대 자연친화단지로 재탄생

서울시 심의 통과...2027년 착공·2029년 준공 목표, 범서구역 150m 업무빌딩도 가결

신규섭 금융·연금 CP

2025-12-11 10:14:09

구룡마을 재개발 조감도.

구룡마을 재개발 조감도.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강남 한복판, 30억원짜리 아파트 바로 옆에 무너져가는 판잣집이 있다. 1970~1980년대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강제 철거당한 빈민들이 모여든 구룡마을이다. 반세기 가까이 개발의 그늘에 남아 있던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이 드디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50년 표류 끝에 드디어 가시화

서울시는 10일 제18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개포(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 변경 및 경관심의(안)'을 조건부 가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 4월 공동주택 설계 공모를 통해 선정된 당선작 내용을 반영한 이번 계획으로 구룡마을은 총 3739세대 규모의 자연친화형 주거단지로 재탄생한다.

구룡마을(강남구 양재대로 478 일대)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전두환 정부가 '도시 미관'을 이유로 강제 철거를 단행하면서 형성됐다. 트럭에 실려 강제로 쫓겨난 철거민들이 구룡산 자락에 판잣집을 짓고 모여 살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도곡동 판자촌 철거와 임대료 상승으로 밀려난 빈민들이 계속 유입되며 서울 최대 규모의 무허가 판자촌이 됐다.
2012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최초 지정된 이후 개발 방식을 둘러싼 의견 대립과 주민 갈등, 소송 등으로 사업은 수년간 표류했다. 2014년 공공주도 수용 방식으로 재추진이 결정됐고, 2016년 도시개발구역 재지정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사업시행자 선정을 거쳐 본격적인 개발 단계에 들어섰다.

2023년 5월부터 약 2년에 걸친 보상 협의와 수용 절차가 진행됐다. 사유지 총 24만㎡ 중 약 16만㎡는 협의 계약으로, 나머지 8만㎡는 수용 재결을 통해 SH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비닐하우스 등 물건 1931건에 대해서도 올해 8월 소유권 이전이 모두 완료됐다. 보상비만 약 1조200억원이 투입됐다.

신혼부부·시니어 어우러지는 자연친화 단지

이번 개발계획 변경의 핵심은 주택공급 확대와 자연친화형 설계다. 먼저 공동주택용지 면적을 9만705.0㎡에서 10만168.9㎡로 늘렸다. 용적률은 기존 230~240%에서 180~250%로, 최고층수는 20~25층에서 25~30층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총 3739세대가 들어서는데,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Ⅱ(미리내집) 1691세대, 기존 거주민 재정착을 위한 통합공공임대주택 1107세대, 분양 941세대(공공분양 219세대·민간분양 722세대)로 구성된다. 청년, 신혼부부, 고령층 등 전 세대가 공존하는 세대통합형 주거단지를 지향한다.

산림과 인접한 경사 지형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입체보행로를 조성해 주민 이동 편의를 높인다. 약 9만㎡ 규모의 근린공원도 만들어 구룡산 및 대모산과 연계된 녹지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단지 내에는 고령층을 위한 무장애 설계, 청년 전용 소형 임대주택, 신혼부부를 위한 육아 친화형 공간 등이 다양하게 배치된다.
사업은 2027년 상반기 공동주택 착공을 목표로 기본 및 실시설계를 진행 중이다. 전체 준공 목표 시점은 2029년이다. 6개 블록으로 구획되며, SH가 4개 블록을 직접 개발하고 2개 블록은 매각해 민간 건설사가 개발하게 할 계획이다.

김창규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개포 도시개발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며 "화재·홍수 등 재해 위험에 노출된 구룡마을을 신혼부부와 시니어 가구 등 전 세대가 어우러지는 쾌적한 자연친화 주거공간으로 조속히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미이주 거주민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2023년 11월 공고한 이주 대책에 따라 현재 거주세대 총 1107세대 중 904세대가 선이주를 완료했지만, 아직 203세대가 실거주 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1989년 1월 24일 이후 무허가 건물을 취득한 경우로, 서울시 조례에 따라 주택 분양권을 받을 수 없다.

이들은 임대주택 입주 지원 대신 아파트 분양권을 요구하며 저항하고 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이들을 설득하고 임시 이주를 지원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이주 거주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안전한 주거환경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 지역은 뒤로는 산이, 앞으로는 양재대로에 막혀 있어 일종의 '섬'처럼 남아 있다. 안전한 보행로 조성 및 상습 교통체증 완화 방안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범서구역, 150m 업무빌딩 들어선다

같은 날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은평구 불광동 308-20번지 일대 '범서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결정(안)'도 수정 가결됐다.

범서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은 지하철 3·6호선과 GTX-A가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에 위치한다. 이러한 입지를 활용해 상업·업무 기능을 육성하고 토지이용 효율성을 높여 새로운 고밀 복합 중심 거점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심의 통과로 범서구역에는 최고 높이 150m, 연면적 약 5만㎡ 규모의 업무시설이 도입된다. 특히 정비기반시설, 공공시설 등의 공공기여를 통해 용적률을 최대 988%까지 완화했다. 공공기여시설로는 은평구 관내 부족한 공공예식장 조성을 위한 저출산·고령화대책 지원시설과 연신내 지역 중심의 업무기능 강화를 위한 공공임대 업무시설을 계획했다. 아울러 공개공지를 조성하고 대상지 내로 지하철 출입구를 이설해 주변 동선과 단절 없는 입체적 보행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시 관계자는 "광역교통 결절점의 잠재력을 가진 연신내역 일대가 서북권역의 새로운 복합 중심 공간으로 재편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위원회에서는 인접 필지 일부를 편입하고 공원·동주민센터 신설 등 기반시설 일부가 변경된 점을 반영해 구역 면적을 416㎡ 확대하는 내용의 '공덕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정비구역 및 정비계획 변경(안)'도 수정 가결됐다. 이에 따라 마포구 공덕동 105-84번지 일대 공덕1구역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이 2027년 준공을 앞두고 보다 원활히 추진될 것으로 시는 기대했다.

서울시의 이번 심의는 구룡마을을 비롯해 노원구 백사마을, 서초구 성뒤마을 등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들이 동시에 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 이들 지역만 합쳐도 공급 물량이 8600여 가구에 달해 서울 주택시장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반세기 동안 도시 개발의 사각지대에 남아 있던 판자촌들이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미래형 주거단지가 들어서게 됐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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