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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계약이 보여준 방산의 새 지평..."전쟁 없어도 무기는 팔린다"

현대로템, K2 전차 54대·K808 장갑차 141대 공급 합의, 노후 장비 교체 수요 본격화

신규섭 금융·연금 CP

2025-12-12 13:58:43

페루 계약이 보여준 방산의 새 지평..."전쟁 없어도 무기는 팔린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전쟁과 분쟁이 없는 나라에서도 무기는 팔린다. 현대로템이 페루와 맺은 대규모 방산 계약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가 아닌 노후 장비 교체라는 현실적 수요가 글로벌 방산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로템은 10일 페루 육군 및 페루 육군 조병창과 K2 전차 및 K808 차륜형장갑차 공급을 위한 총괄합의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합의서는 2024년 11월 페루 육군 조병창과 맺은 총괄협약 이후 품목, 물량, 예산 등 핵심 조건을 더욱 구체화한 후속 총괄합의서다. 총괄합의서에는 K2 전차 54대, K808 차륜형장갑차 141대를 도입하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향후 계약 기간, 납기 일정, 단가 등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조율한 뒤 이행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최종 이행계약에서 확정되는 세부 조건에 따라 매출 인식 시점과 향후 이익 증가 폭이 달라질 전망이지만, 한국 방산의 중남미 시장 공략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약이 주목받는 이유는 페루의 상황 때문이다. 페루는 비교적 안정적인 정세와 낮은 군비지출 추이를 보여왔다. 실제로 페루의 지정학적 리스크 지표는 한국 대비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무기 도입 총괄합의서를 체결한 배경에는 노후 전력의 교체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
페루 육군이 운용해 온 주력전차는 1970년대 소련으로부터 도입한 T-55로 알려져 있다. 전차의 실질적인 수명이 25~50년임을 감안하면 페루의 T-55는 도입 후 50년 이상이 경과하면서 더 이상 교체를 미룰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 아무리 정비를 잘해도, 아무리 현대화 개조를 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반세기를 넘긴 장비는 부품 조달부터 성능 유지까지 모든 면에서 비효율적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페루에만 국한된 이슈가 아니다. 글로벌 전차 도입은 1970~80년대에 집중됐고 이후 수십 년 동안 신규 도입 규모는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었다. 냉전 시대에 대량으로 배치된 전차들이 이제 일제히 노후화 시점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도입 후 40~50년이 지난 전차들이 교체 연령대에 진입하면서 현대화 수요가 순차적으로 표면화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하나증권의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전차 주문량은 1970~80년대에 정점을 기록한 후 오랜 기간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었다. 글로벌 무기 거래량 전체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1970~80년대의 정점 이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 지속됐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지금이 교체 수요가 본격화될 시점임을 의미한다.

전차뿐만 아니라 노후 장갑차, 자주포, 방공체계 등 다른 지상전력에서도 유사한 교체 압력이 존재한다. 1970~80년대에 도입된 장비들은 이미 설계 수명을 훨씬 넘겼고, 기술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현대전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낡은 장비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도 많아졌다. 드론, 정밀 유도무기, 네트워크 중심전 등 새로운 전장 환경에 맞춘 장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채운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그간 무기 수요를 자극해 온 요인은 크게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노후 전력의 현대화 및 교체 수요, 재고 비축, 산업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시장에서 가장 크게 부각된 부분은 러-우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충돌에서 비롯된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페루와의 총괄합의서가 최종 이행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무기 수요가 반드시 전쟁과 같은 극단적 위기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방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방산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때마다 급등했다가 긴장이 완화되면 하락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전쟁과 분쟁이라는 이벤트 중심의 투자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페루 사례는 평시에도 꾸준히 발생하는 교체 수요가 방산 시장의 안정적인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한국 방산업계는 중남미, 유럽, 중동 등 글로벌 각지에 수주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폴란드와의 대규모 계약이 성사된 이후 한국 방산의 인지도는 크게 높아졌다.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한국산 무기의 가성비와 성능은 이미 검증됐다. 여기에 빠른 납기와 기술 이전까지 포함한 패키지는 구매국 입장에서 매력적인 조건이다.

페루와 같은 교체 및 현대화 수요와 재고 비축 니즈를 감안할 때 글로벌 무기 수요의 중장기 방향성은 우상향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도, 긴장이 고조되지 않아도, 노후 장비는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하나증권은 방위산업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대로템에 대해서는 목표주가 28만3,000원에 매수 의견을, 한국항공우주에 대해서는 목표주가 13만5,000원에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12월 11일 종가 기준 현대로템은 17만9,200원, 한국항공우주는 10만9,600원에 거래됐다.

페루 계약이 최종 이행계약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른 중남미 국가들에 레퍼런스가 된다면 한국 방산의 성장 스토리는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지정학적 위기라는 불확실한 변수가 아니라, 노후 장비 교체라는 확실한 수요가 만들어가는 성장이기 때문이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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