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황수훈 변호사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운전자에게 교통사고 발생 시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피해자에게 성명 및 연락처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 의무는 피해자가 외관상 명백한 상처가 없거나, 심지어 현장에서 아무런 조치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하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판례 또한 피해자의 상해가 경미하거나 피해자가 현장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더라도, 운전자가 구호 조치를 이행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인정되면 뺑소니처벌이 성립될 수 있다고 본다.
뺑소니처벌은 단순히 피해자의 상해 여부뿐만 아니라, 사고 후 운전자가 자신의 신분을 숨기거나 현장을 이탈하여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피해자가 괜찮다고 주장했더라도, 운전자가 자신의 차량 번호판을 가리거나 목격자가 보는 앞에서 급히 현장을 벗어나는 등 적극적으로 신분 노출을 꺼리는 행동을 했다면 도주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될 수 있다.
특가법 제5조의3이 적용되는 도주치상죄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중범죄이며, 만약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다면 형량이 더욱 가중된다. 또한 자동차종합보험 가입 여부나 합의 여부와 상관 없이 처벌을 받게 되고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높다고 판단될 경우, 구속 수사도 가능하다.
따라서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운전자는 피해자의 신원과 연락처를 정확히 확보하고 자신의 인적 사항을 제공한 후 그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남겨야 한다. 최소한 피해자의 성명, 연락처, 자신이 운전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교환하고, 사고 현장 사진을 촬영하는 등 객관적인 기록을 남겨야 한다. 만약 피해자가 완강하게 조치를 거부한다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여 사고 내용을 접수하고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하여 상황을 정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무법인 YK 순천 분사무소 황수훈 변호사는 "가벼운 접촉사고라고 해서 방심하는 운전자들도 있지만 뺑소니 혐의는 피해 규모와 상관 없이 성립하는 문제다. 또한 교통사고의 특성상 사고 직후에는 특별한 피해가 관찰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상해에 해당하는 부상이 확인될 수도 있다. 순간의 안일한 판단이 가져올 수 있는 형사 처벌의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뒤늦게 문제가 불거졌다면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법리적으로 판단하여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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