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시장이 생보사들에게 '뜨거운 감자'가 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회계상 부채로 잡히는 구조적 문제
가장 큰 문제는 회계 처리 방식이다. 퇴직연금은 회계상 부채로 잡힌다. 보험사들이 퇴직연금을 부채로 처리하는 이유는 2023년부터 도입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의 적용 때문이다. 이전 회계기준(IFRS4)에서는 퇴직연금을 일종의 수탁 자산으로 보아 부채 부담이 적었으나, 현재는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확정 급여를 보험사의 장기적인 부채로 인식하게 되었다.
![[CP's View]퇴직연금시장을 떠나는 생보사들, '성장의 딜레마'](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109153054005705ebfd494dd112222163195.jpg&nmt=29)
더 큰 문제는 수익률 부담이다. 최근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은 주로 낮은 수익률에 집중돼 있다. 보험사 퇴직연금 상품은 대부분 원리금보장형 위주로 구성돼 있어, 최근 몇 년간 저금리 기조 속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가입자들은 "은행보다 수익률이 낮다",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간다"며 볼멘 소리를 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안전자산 중심 운용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가입자들에게는 그것이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결국 보험사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회계상으로는 부채가 늘어나고, 가입자들로부터는 수익률 불만이 쏟아진다. 사업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이다.
성장하는 시장, 그러나 쉽게 손댈 수 없는 딜레마
성장하는 시장을 포기한다는 것은 미래 먹거리를 스스로 내려놓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은행과 증권사가 퇴직연금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사가 이 시장을 떠난다면 금융권 내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생보사들의 퇴직연금시장 이탈은 단순히 한두 회사의 전략적 선택이 아니다. 이는 현재 퇴직연금 제도가 보험사의 사업 모델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신호다.
보험사들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 단순히 규모 확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고려하는 정교한 사업 전략이 필요하다. 가입자들에게는 장기 투자의 중요성과 적정 수익률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치를 심어주는 소통도 강화해야 한다.
퇴직연금시장은 분명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하지만 제도적 개선 없이는 보험사들의 이탈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정부, 금융당국, 금융회사, 그리고 가입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속 가능한 퇴직연금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때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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