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문윤식 변호사
이러한 현실 속에서 많은 의사들이 선배나 지인의 소개로 병·의원 개원 컨설팅 업체를 활용하고, 이 과정에서 ‘대출을 손쉽게 연결해 주겠다’는 브로커의 제안을 접하게 된다. 문제는 최근 불거진 이른바 ‘의사 대출 브로커 사건’에서 보듯, 이러한 선택이 단순한 금융 피해를 넘어 형사책임과 의사면허 취소 리스크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병·의원 개원 전문 컨설팅 업체에서 활동하던 브로커 A씨가 신용보증기금의 예비창업자 보증 상품을 악용해 허위 서류를 작성하고, 이를 통해 다수의 의사·약사에게 고액 대출을 받게 했다는 의혹이다. 수사 초기까지만 해도 상당수 의사들은 자신을 명백한 ‘사기 피해자’로 인식했다. 실제로 개원 자금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브로커의 요구에 따라 자금을 송금했으나, 그 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브로커 A씨가 “의사들과 공모해 대출을 실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면서, 수사기관이 대출을 받은 의료인들까지 사기 공범 또는 방조범으로 입건하기 시작한 것이다. 피해자와 피의자의 경계가 흐려진 전례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미 유사한 선례가 존재한다. 2023년 한 대형 한방병원 네트워크 사건에서는 허위 잔고증명서를 반복 발급해 수백억 원대 신용보증기금 대출을 알선한 혐의로 본사 임원과 지점 원장들이 검찰에 송치됐다. 다만 이 사건에서도 대출금 전액을 변제하거나 피해 회복에 적극 나선 의료인 상당수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며 형사 책임을 면한 바 있다. 반면, 브로커와 적극적으로 공모해 허위 개원·허위 계약을 반복한 사례에서는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수사기관이 문제 삼는 것은 단순히 ‘대출을 받았는지 여부’가 아니라, △허위 서류 작성에 대한 인식과 관여 정도 △대출 구조에 대한 이해 수준 △실질적인 이익 귀속 주체 △피해 회복 노력의 유무다. 다시 말해, 모든 의사가 동일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며, 개별 사안별로 공범성 판단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편, 이 사건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적용 법령 때문이다. 사기 피해액이 5억 원을 넘어설 경우 일반 형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 이 경우 법정형은 최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시작하며, 벌금형 선택지는 사실상 배제된다. 여기에 더해 개정 의료법에 따라, 의료행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범죄라 하더라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사면허가 취소된다.
즉, 형사재판의 결과는 곧바로 생업의 존폐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형사 대응에 그칠 문제가 아니라, 면허 취소 처분을 전제로 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까지 염두에 둔 복합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공소제기 전 피해 회복과 선처 사유를 최대한 확보하여 검찰 수사에서 최대한 기소유예처분을 받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법률사무소 안목은 병원 개원 과정, 의료기관 컨설팅 및 동업 관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민·형사·행정 분쟁을 다수 수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성격에 맞는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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