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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의 땅’을 ‘기회의 땅’으로… 포스코 인도에 합작 제철소 짓는다

JSW스틸과 지분 50%씩 ‘공동경영’ 합작투자계약 체결 … 2031년 준공목표

안재후 CP

2026-04-21 14:36:39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오른쪽부터)과 이희근 포스코 사장, 자얀트 아차리아 JSW스틸 사장, 사잔 진달 JSW그룹 회장이 20일(현지시간) 인도 철강사 JSW스틸과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포스코 제공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오른쪽부터)과 이희근 포스코 사장, 자얀트 아차리아 JSW스틸 사장, 사잔 진달 JSW그룹 회장이 20일(현지시간) 인도 철강사 JSW스틸과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포스코 제공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포스코가 인도 1위 철강사 JSW스틸과 손잡고 인도에 대규모 일관제철소 건설에 나선다. 2004년 첫 진출 선언 이후 네 차례가 고배를 마셨던 포스코가 드디어 5조3000억원을 쏟아 붓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포스코의 이번 결정이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글로벌 철강업의 판도를 바꾸는 전략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21년의 좌절, 어디서 비롯했나
포스코의 인도 진출 역사는 좌절과 인내의 반복이었다. 2004년 상공정(쇳물 생산) 진출을 모색했지만 합작사 물색, 부지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4차례나 고배를 마쳤다. 이 와중에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철강산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상공정 진출은 20년 이상 미완의 사업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사이 포스코는 인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전기강판 공장과 자동차강판 공장 등 최종 가공 단계인 하공정에만 집중했다. 상공정 없이 하공정만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현지화가 불가능했지만, 포스코는 이를 통해 인도 시장에 뿌리를 내렸다. 더 중요한 것은 현지 최강자인 JSW스틸과의 협력 기반을 차근차근 다져나간 것이다. 2022년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됐을 때 JSW스틸이 제작 중이던 설비를 제공해 복구를 앞당긴 일화는, 이 두 기업 사이의 신뢰가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는 사례다.

변화의 신호, 장인화 회장의 선택
2024년은 포스코에게 전환점이 되는 해였다. 새 경영진이 출범한 것이다. 장인화 회장은 취임 직후 '철강 경쟁력 재건'을 경영 기조로 내걸었고, 인도를 핵심 생산거점으로 낙점했다. 그는 "인도와 미국 등 철강 고성장·고수익 지역에서 현지완결형 투자와 미래소재 중심의 신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단순한 사업 방향의 제시를 넘어선 명확한 의지 표현이었다. 장 회장이 직접 인도 뭄바이에 나가 관련 업무협약식에 참석하고, "경제블록화를 극복하고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철강 상공정 중심의 해외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지가 있으면 속도도 달라진다. 2024년 10월 사잔 진달 JSW스틸 회장과 만나 업무협약을 맺은 지 약 1년 6개월 만에, 지난해 8월 주요 조건합의서를 거쳐 불과 8개월 만에 최종계약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이 이룬 성과
이번 계약의 특별함은 포스코의 전략적 선택에 있다. 그동안 포스코는 인도에서 홀로 일관제철소를 짓겠다는 고집을 부렸다. 20년이 넘도록 고수한 '단독 진출'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JSW스틸과 50대50의 지분을 나누는 합작투자를 선택한 것이다.

이 선택은 현명했다. 포스코가 과거에 발목 잡았던 용지 확보와 인허가 절차는 JSW스틸이 담당한다. JSW는 인도의 정치·행정 체계를 누구보다 잘 안다. 포스코는 자신의 강점인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에만 집중하면 된다. 현지의 리스크를 분담하면서도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인 셈이다.

새로 지어질 일관제철소의 규모도 인상적이다. 오디샤주에 건설될 이 공장은 고로를 기반으로 제선-제강-열연-냉연·도금 등 전 공정을 갖추게 된다. 연산 600만톤 규모로, 착공 후 48개월 건설 기간을 거쳐 2031년 준공이 목표다. 일관제철소는 쇳물을 뽑는 상공정부터 완제품인 철강을 생산할 수 있다. 제철산업의 전 과정을 한 공장에서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정한 현지완결형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환경도, 수익도 챙기는 전략
양사는 단순히 철강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포스코의 저탄소 조업 기술과 JSW의 재생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를 결합해, 인도 정부의 '그린스틸 분류 체계'에 부합하는 저탄소 생산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글로벌 추세 속에서, 이러한 접근은 경쟁력 강화는 물론 미래의 시장 진입까지 보장한다.

장인화 회장이 이번 투자를 '선순환 성장 모델'의 교두보로 정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스코는 인도에서 벌어들인 고수익을 국내 탈탄소 전환을 위한 재원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형 수소환원제철(HyREX) 개발 등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친환경 설비 전환이 포스코의 과제인 만큼, 이는 매우 현실적인 전략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시작
포스코는 인도를 넘어 미국 등 다른 지역에도 같은 전략을 적용할 계획이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시장대응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각 지역에서 현지완결형 생산구조를 갖춤으로써, 수입 관세나 통상 분쟁의 변수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창출한 수익을 기반으로 국내 탈탄소 전환 투자를 실행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21년간의 좌절을 딛고 선 포스코는 이제 글로벌 철강업의 지형도를 그려가고 있다. 인도라는 고성장 시장에서 얻은 수익은 한국형 탈탄소 기술 개발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게 포스코는 '좌절의 땅'을 '기회의 땅'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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