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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선제적 상생으로 하도급 분쟁 해결…30억원 투입

공정위 동의의결 최종 확정. 첫 사례 주인공

안재후 CP

2026-06-23 13:36:26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과 제조 위탁사 씨피엘비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에 대해 동의의결로 사건을 종료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쿠팡이 제시한 30억원 규모의 수급업자 권익 증진 방안이 법적 제재 대신 수용된 것이다. 예상 과징금(6억~11억원)의 3~5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2022년 하도급법 개정 이후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혐의로는 처음 동의의결이 승인된 사례다.

동의의결이란
동의의결은 위반 혐의를 지적받은 기업이 스스로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나설 때 작동하는 제도다. 기업이 공정위에 시정안을 제출하고, 공정위가 이를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료한다. 제재를 피하되, 위반 행위의 재발 방지를 담보하는 절충 메커니즘이다.

쿠팡이 동의의결 절차를 신청한 것은 지난해 3월. 공정위는 8월 절차 개시를 결정했고, 관계기관과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이번에 최종 승인했다.

쿠팡의 두 가지 위반 행위
공정위가 적발한 쿠팡의 위반은 두 가지였다.

첫째, 2022년 10월부터 자체브랜드(PB) 상품 제조를 위탁하면서 314개 수급 사업자에게 법정 필수 사항을 기재하지 않거나 기명날인이 없는 서면을 교부한 '서면 발급 의무 위반'. 둘째, 94개 수급사업자에게 약정에 없는 PB상품 판촉 행사를 강요하면서 공급단가를 일방적으로 인하한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두 위반 모두 수급사업자의 경영 안정성을 직접 위협하는 행위였다. 서면 미발급은 거래 조건을 명확히 하지 않는 것이고, 판촉행사 중 단가 인하는 이미 약정한 대금 조건을 사후적으로 깨뜨리는 것이다.

쿠팡, 선제적 상생으로 하도급 분쟁 해결…30억원 투입

30억원이 쓰일 곳들
쿠팡이 마련한 30억원 상생방안은 수급업자의 실질적 손해를 보전하고 사업 확장을 지원하는 형태다.
상품 개발·생산 비용 지원 - 가장 큰 규모인 10억5000만원을 할당했다. 부당 하도급대금 결정 피해를 입은 94개 사업자에게 1000만원씩 지급하고, 남은 액수는 서면 발급 의무 위반 관련 수급자에게 배분한다.

광고·홍보 비용 - 10억원은 쿠팡의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에서 수급사업자 PB상품을 광고하는 데 쓰인다. 쿠팡 플랫폼의 트래픽을 직접 활용하는 비용 지원이다.

오프라인 현장 마케팅 - 4억5000만원으로 수급사업자의 상품이 박람회 등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다.

경쟁력 강화 지원 - 4억원은 상품 개발 컨설팅 서비스와 해외시장 판로 개척에 쓰인다.

이 외에 쿠팡은 수급사업자와 정기 협의회를 구성해 의견 수렴, 품질 개선, 안전 확보 등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같은 쿠팡, 다른 결과
흥미로운 대비가 있다. 지난 18일 쿠팡은 입점업체에 최혜 대우를 요구한 혐의로 4년간 600억원 규모의 상생방안을 제출하며 동의의결을 신청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기각했다. 그런데 이번 부당 하도급대금 건에서는 30억원 규모로 승인했다.

차이는 여러 곳에 있다. 첫째, 이번 상생방안의 규모가 예상 과징금 대비 훨씬 크다. 6억~11억원의 과징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30억원을 제시한 것은 과징금의 3~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둘째, 거래 질서 개선과 재발 방지, 수급사업자의 실질적 피해 구제가 명확하게 설계되었다. 셋째, 정기 협의회 구성으로 사후 감시 체계도 마련했다.

이에 비해 입점업체 최혜 대우 건은 과징금 규모가 훨씬 컸다. 공정위는 최혜 대우 요구 혐의만으로도 250억~42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본다. 끼워 팔기 혐의까지 포함하면 최대 과징금이 2000억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600억원의 상생방안이 이에 비해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쿠팡, 선제적 상생으로 하도급 분쟁 해결…30억원 투입

분기별 점검과 실행 의무
공정위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쿠팡이 동의의결을 성실하게 이행하는지 분기별로 점검할 계획이다. 사건이 종료됐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약속한 30억원이 실제로 수급업자에게 흘러가고 상생협력 방안이 작동하는지 감시하는 체계를 갖춘 것이다.

쿠팡은 법적 제재를 피했지만, 약속한 이행이 공식 기록으로 남는다. 향후 동일한 위반 행위가 적발될 경우 더 엄격한 처벌의 근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결정은 2022년 7월 하도급법 개정 이후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혐의로는 처음 동의의결이 승인된 사례다. 기업의 위반 행위를 제재가 아닌 상생으로 풀어가는 제도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동시에 상생방안의 규모와 실효성이 과징금 대비 충분해야 한다는 공정위의 기준도 명확히 했다.

쿠팡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 하지만 수급업자 입장에서 실제 도움이 되는 지원인지는 분기별 점검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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