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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요 끝이 아니다" SK하이닉스, 40조 원대 '역대 최대 베팅'

빅테크 10곳과 5년 LTA… 10년 수요 확신

안재후 CP

2026-07-30 11:17:49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메모리 시장에서 공급 주도권을 앞세운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호황의 수혜를 극대화하며 유례없는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장기공급계약(LTA)으로 빅테크 고객사를 최장 5년간 확보하고 계약 조건을 유리하게 체결해 수익 안정성을 높였다. 3분기에는 역사상 처음 분기 매출이 10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며, 수익성도 2분기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76% 영업이익률로 TSMC 3분기 연속 추월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76%로 직전 분기(72%)보다 4%포인트 높아졌다. 반도체업계 최고 영업이익률을 기록해오던 TSMC를 3분기 연속 앞지른 성과다. 이는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폭발하면서 메모리 가격이 치솟은 데 따른 것이다.

회사의 재무 건전성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보유한 현금성 자산에서 차입금을 뺀 순현금은 69조 4000억 원으로, 전 분기(35조 원)보다 33조 원 이상 증가했다. 작년 말(12조 7000억 원) 대비 5배 이상 불어난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이렇게 확보한 재정 여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메모리 생산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10개 고객사와 LTA 체결, 전체 매출의 절반 차지
SK하이닉스는 콘퍼런스콜을 통해 "핵심 고객사를 포함해 10여 개 고객과 LTA 협상을 마무리했다"며 "주요 고객들과 추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LTA로 확보한 매출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에서 추정된다.

LTA는 기존의 분기 단위 계약을 대체해 3~5년 단위로 거래를 약속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계약 갱신을 최소화함으로써 매 분기 메모리 가격 인상의 부담을 줄이고 장기 공급을 확보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도 최장 5년간 고객사를 확보해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SK하이닉스는 단순히 LTA 건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질적 조건도 개선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계약 기간 동안 기본 가격만 정해둔 채 메모리 시세 변동에 맞춰 일정 범위 내에서 실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분기 단위 계약만큼은 아니지만, 메모리 가격 상승을 계약 기간 중에도 상당 부분 반영할 수 있다.

회사는 또 빅테크로부터 구매 대금 지불 전에 일정 금액을 예치금으로 받는 조건도 LTA에 추가했다. 이를 통해 계약 구속력을 강화하고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을 앞당길 수 있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충이 지속되면서 메모리는 2030년까지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수급 환경은 SK하이닉스에 유리한 계약 조건을 만드는 데 적리로 작용하고 있다.

HBM4 양산 확대,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이동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양대 사업 전략으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본격적인 증산을 추진 중이다. 2분기부터 양산 출하를 시작한 HBM4의 수율을 기존 제품인 HBM3E 수준까지 올렸으며, 하반기에는 생산 규모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HBM4는 엔비디아의 신형 AI 가속기 '베라 루빈' 등에 탑재될 최신 제품으로, 올 하반기와 내년에 걸쳐 빅테크들의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1분기 58%로, 삼성전자(21%)와 마이크론(21%)보다 높지만 지난해 1분기(69%) 대비 격차가 줄었다. 삼성전자가 올 2월 업계 최초로 HBM4를 양산해 출하하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공급 물량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HBM의 가격 프리미엄도 상당하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HBM 평균판매가격은 Gb당 1.51달러로 범용 D램(1.61달러)에 못 미쳤지만, HBM4와 HBM4E가 상용화하는 내년에는 3.22달러로 범용 D램(2.15달러)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제품 개발로 경쟁 우위 강화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인 HBM4E 양산을 위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 공급을 완료했으며, 2027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HBM4E는 HBM4보다 약 2배 수준의 높은 가격대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보다 더 앞선 HBM5를 위한 차세대 적층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과 패키지 내부 냉각 기술인 'iHBM'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iHBM은 기존 대비 열저항을 30% 이상 줄여 고성능·고집적 AI 환경에서 시스템 안정성과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HBM의 확대는 메모리 가격이 D램에서 주도권을 빼앗으면서 전체 평균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진다. 빅테크들이 경쟁적으로 고성능 AI 가속기를 개발하면서 HBM 수요도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40조 원대 설비투자로 차세대 메모리 선점
SK하이닉스는 투자 전략을 수익성에 초점에 맞췄다. 올해 설비투자(CAPEX)는 40조 원대 후반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예정이며, 지난해(약 30조 원)보다 대폭 확대됐다. 이 자금은 용인과 청주의 첨단 팹 건설에 투입돼 고수익의 차세대 메모리 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데 집중된다.

회사는 청주 M15X의 양산 일정을 앞당기고, 내년 초 용인 1기 팹의 클린룸 오픈 이후 생산능력을 신속하게 확대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요에 맞춰 팹 투자 속도를 조절해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 송현종 사장은 "현재 추진 중인 생산능력 확대는 고객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확보한 수요 가시성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3분기 사상 최대 매출 기대, 수익성 고수익 구조 지속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이 92~96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분기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영업이익은 70조 원 중후반으로 추정되며, 2분기의 높은 영업이익률 구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메모리 출하량 증가와 고부가가치 제품 믹스 개선이 맞물린 결과다. AI 서버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견조한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HBM4 양산 확대와 1c 나노 공정 기반 범용 D램 출하 증가가 더해진다. 공급 증가폭은 여전히 제한적인 만큼 우호적인 수급 환경도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영진은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생산능력 확대가 확인된 수요를 기반으로 탄력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중장기 투자 확대 계획이 곧바로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경쟁사들의 HBM 공급 확대와 고객사의 협상력 강화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의 가격 프리미엄이 점진적으로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HBM4를 양산하며 점유율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으며, 마이크론도 뒤따라 HBM4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선제적 LTA 확대와 고부가 제품 개발로 기선제압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핵심 관전 포인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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