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8.31(월)

케이엔알시스템, 세계 첫 중수로 해체로봇 개발 완료

1월 정부 발주 28억원 규모 본계약 8개월 만에 납품까지 완료예정

이성수 CP

2026-08-31 10:15:14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로봇전문기업 케이엔알시스템이 세계에서 처음 중수로 원전해체 로봇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정부가 지난 1월 발주한 28억원 규모 사업에서 7개월 만에 완성품을 내놓은 것이다. 전문가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중수로 해체가 이제 국산 기술로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세계가 외면한 중수로 해체, 한국이 나섰다
중수로 해체는 세계 원전 업계의 숙제였다. 캐나다처럼 상용 중수로 17기를 운영하는 국가도 결국 표본 채취용 원격 도구나 단순 전동식 장비 수준에 머물렀다. 핵심 구조물인 칼란드리아(밀폐형 원자로 용기) 해체를 목표로 로봇을 만들어 현장에 투입하려는 시도는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중수로가 해체하기 어려운 이유는 구조의 복잡성과 방사능 오염도에 있다. 경수로보다 훨씬 까다로운 칼란드리아와 내부 부속물을 사람의 접근 없이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캐나다가 2057년에야 최종 철거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은 그 난이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 팔에 7자유도, 400kg을 들어올리는 거대한 손
케이엔알시스템이 개발한 로봇의 중심은 고하중 양팔로봇이다. 팔 하나마다 7자유도로 설계되었으며, 길이 2.4m에 작업반경 2.5m, 가반하중 400kg에 달한다. 눈에 띄는 것은 크기에 비해 정교함이다.

이 로봇은 슈퍼휴머노이드의 설계원리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거대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실제 인간의 작업 동작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덕분에 칼란드리아 내부의 미세한 구조물을 원격으로 정밀하게 절단하고 인출하는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다.


25년간 축적한 유압 기술이 있었기에
케이엔알시스템이 7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개발을 마칠 수 있었던 배경은 유압로봇 기술에 있다. 회사가 25년에 걸쳐 쌓아온 유압 정밀제어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원전 해체 환경은 일반적인 작업환경이 아니다. 초고준위 방사선이 1,000Sv(시버트)에 달하는 공간에서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일반 로봇도 수분 내에 고장난다. 전자부품이 방사선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유압로봇은 다르다. 전동모터 방식보다 부피 대비 훨씬 강력한 힘을 낼 수 있고, 무엇보다 방사선으로 인한 전자부품 오작동 확률이 현저히 낮다. 케이엔알시스템의 양팔로봇은 방폭 인증을 확보해 방사성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면서도 극한환경에서 오작동 없이 정상기능을 유지한다. 수심 20m 이상의 수중에서도 정밀제어가 가능한 수준이다.
원자로 절단부터 폐기물 격리까지, 통합 플랫폼
개발된 로봇시스템은 단순히 로봇팔만이 아니다. 4개 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원자로 내부의 미세 구조물을 원격으로 절단하는 '수평해체시스템', 대형 구조물을 원격으로 해체하고 방사성 폐기물을 격리 이송하는 '수직해체시스템', 해체물을 안전하게 옮기는 '중량물 인양시스템', 그리고 칼란드리아 외부 Vault 구조물을 해체하는 '해체시스템'이 함께한다.

로봇은 '스마트 유압제어 기술'과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같은 제어기술로 중무장했다. 고온, 분진, 진동, 습기라는 극한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방진, 방수, 내열, 내진, 내방사능 설계가 모두 적용됐다.

국내외 원전 해체시장의 새로운 이정표
개발된 로봇시스템은 9월 경주 분원 중수로해체기술원에 설치되어 본격적인 중수로 해체 실증작업에 투입된다.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KRID) 산하 이 시설은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영구정지 이후 국내 원전해체 기술자립을 위해 운영 중이다.

케이엔알시스템의 기술은 국내 시장을 넘어설 준비가 되어 있다. 고리1호기의 2037년 해체 완료를 목표로 한 국내 경수로 해체, 순차적으로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월성 2·3·4호기의 해체가 앞으로 기다리고 있다. 더 나아가 중수로 17기를 운영 중인 캐나다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루마니아, 중국, 인도 등 해외 원전 해체시장이 그들의 목표다.

원전해체는 영구정지 후 해체계획 승인, 비관리구역 해체, 사용후핵연료 반출, 방사성 계통·구조물 철거, 부지복원 순으로 진행된다. 케이엔알시스템의 로봇은 이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방사성 구조물 철거 단계에 투입되는 핵심 장비다. 로봇이 원자로를 직접 자르는 단계까지 국산기술로 준비를 마쳤다는 것은 한국 원전해체 기술자립의 중요한 이정표인 셈이다.


다음 목표는 중량급 휴머노이드 로봇
케이엔알시스템 김명한 대표는 "원전해체 로봇을 국내 기술로 7개월 만에 완성해낸 것은 우리의 로봇 설계 기술이 최고 난이도의 현장에서 통한다는 것을 실물로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이미 'K-휴머노이드연합' 공식 참여기업으로 선정되었으며, 심해 작업용 로봇과 제철소 용광로 관리 로봇 기술이 현장에서 활용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기존 로봇팔보다 2배 업그레이드된 고성능 다목적 유압 로봇팔 개발, 소형 서보밸브 국산화 성공도 이미 이뤄낸 상태다.

회사의 다음 목표는 더욱 야심차다. 2026년 말 가반하중 600kg급의 슈퍼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일 예정인데, 이것이 완성되면 세계 최초이자 최대의 '일하는' 이족보행 로봇이 탄생한다. 2027년 초 완료를 목표로는 가반하중 1톤급 사족보행 로봇도 개발 중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의 전동식 사족보행 로봇이 10~40kg 수준의 적재한계를 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인 스펙이다.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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