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KT렌탈 인수 후 11년만의 거래
공정위 승인을 받은 롯데렌탈 매각은 규모만으로도 상징적이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지분 61.2%를 TPG에 넘기는 이번 거래는 주당 5만9,000원, 총 1조3,105억 원에 달한다. 10월 내 최종 거래가 완료되면 2015년 KT렌탈 인수 이후 11년간 롯데그룹 일원이었던 롯데렌탈은 글로벌 사모펀드의 품으로 떠나간다.
이번 매각 승인까지의 과정은 신동빈 회장의 전략적 선택을 여실히 드러낸다. 롯데는 지난 1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공정위가 어피니티가 이미 보유한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의 결합이 시장 독과점을 우려한 결정이었다면, TPG의 인수는 조건 없이 승인됐다. 국내 사모투자업만 영위하는 TPG와의 합병이 경쟁 제한 우려가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인수자의 조건만 바꾼 게 아니다. 매각 절차 전체를 재설계했다. 이번 거래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직접 지분을 파는 구조다. 렌탈 사업이 호텔 사업과의 '유사도'가 낮다고 판단했기에, 호텔 계열사를 매각자로 전면에 내세워 본업 집중의 의지를 명확히 했다.
1조7000억원 현금화, 핵심 사업 '체질 개선' 자금으로
롯데렌탈 매각만이 아니다. 올해 롯데가 확보한 자산 매각 규모는 약 1조7,300억 원에 달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자회사 롯데에코월 지분 90%를 1,708억 원에 매각했고, 롯데쇼핑과 롯데웰푸드는 분당물류센터를 1,311억 원에 처분했다. 여기에 롯데마트의 킨텍스점 매각(820억 원), 롯데네슬레코리아의 청주공장 처분(347억 원) 등이 더해졌다.
확보된 유동성은 모두 핵심 계열사의 체질 개선에 투입된다. 롯데는 롯데렌탈 매각 대금을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차입금 상환과 시설 개선에 사용하기로 했다. 금융 비용을 줄이고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경영 역량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
이 전략은 이미 실적으로 검증되고 있다. 호텔롯데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 1,35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배 성장했다.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81.5% 급증했고, 롯데웰푸드는 98% 증가했다. 매각 대금 투입 전부터 이미 본업 계열사들이 실적 턴어라운드를 입증한 셈이다.
석유화학 재편으로 '대구조 개편' 완성
롯데의 리밸런싱은 개별 자산 매각에 그치지 않는다. 석유화학 사업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확장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지난 6월 대산 사업장을 물적분할해 신설한 롯데대산석화는 지난 1일 HD현대케미칼에 흡수합병되어 'H&L어드밴스드'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는 정부와 업계가 추진하는 석유화학 구조조정이 기업 간 통합으로 실제 결실을 맺은 첫 사례다.
2006년부터 약 20년간 롯데의 경영을 주도해온 신동빈 회장의 이번 리밸런싱은 단순한 '손실 사업 정리'가 아니다. 1.7조 원의 자산을 현금화해 본업 경쟁력을 집중 강화하고, 동시에 석유화학과 같은 구조적 과제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통합 전략이다. 롯데그룹이 선택한 '선택과 집중'이 이제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는 시점. 이번 리밸런싱이 롯데를 '백년 기업'으로 나아가게 할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되는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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