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지난 6월 18일 남구 부산 한국거래소 본사 홍보관에서 코스피 9천 포인트 돌파를 기념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9211515340653207cc35ccc5c112222163195.jpg&nmt=29)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지난 6월 18일 남구 부산 한국거래소 본사 홍보관에서 코스피 9천 포인트 돌파를 기념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금융당국 수장들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7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레버리지 ETF발 변동성에 대해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내달 6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는 국민의힘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등을 1차 증인 신청 명단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명단은 여야 협의를 거쳐 확정되는 만큼 증인 구성은 달라질 수 있다.
정작 이 상품을 상장시키고 매일의 거래를 감시해 온 한국거래소, 그 수장인 정은보 이사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내놓은 입장은 확인되지 않는다.
거래소가 도입을 먼저 제안한 것은 아니다. 국회 의원실이 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13일 청와대 주재 비공개 간담회에서 거래소가 낸 발제자료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내용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을 결정한 것은 정부다.
하지만 결정권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관리자로서의 책임까지 덜어주지는 않는다. 거래소는 금융위의 제도 개선에 맞춰 상장규정을 정비해 단일종목 ETF와 ETN의 상장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상품을 심사해 시장에 올렸고, 상장 뒤에는 호가와 체결을 매일 들여다보는 시장 운영자이기도 하다. 상품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과 시장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그런데도 정 이사장은 이 시기 시장 전반에 대해 낙관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6월 8일 괴리율 사고 열흘 뒤인 6월 18일 코스피 9,000선 돌파 기념행사에서는 1만 포인트가 눈앞에 있다며 "끊임없는 혁신"을 주문했다.
나흘 뒤인 22일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는 반도체 랠리 중심의 상승을 투기로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경제 여건상 변동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국내 증시의 상승세는 주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자본시장 신뢰 회복 노력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날은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9,114.55를 기록한 날이다. 이튿날 지수는 9.99% 하락해 역대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고, 7월 30일에는 5,593.56까지 내려가 고점보다 38.6% 낮아졌다.
문제의 조짐은 상장 직후부터 드러났다. 상장 12일 만인 6월 8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장 마감 동시호가(종가를 정하는 마감 직전 시간대)에서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가 끊기며 괴리율(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의 차이)이 90.18%까지 벌어졌다.
기초자산인 SK하이닉스가 7.68% 내린 날, 이 ETF는 오히려 49.7% 오른 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동시호가 시간대에는 LP의 호가 제출 의무가 면제되는 구조였다. 이런 구조가 상장 심사 단계에서 충분히 점검됐는지는 거래소가 설명해야 할 대목이다.
괴리율 관리의 허점은 사고 이후에도 남아 있었다. 거래소는 괴리율이 관리기준의 2배를 넘으면 해당 ETF를 투자유의종목 지정의 첫 단계인 '적출' 대상으로 삼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형연 의원실이 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보다 낮게 형성되는 음(-)의 괴리율이 관리기준을 처음 넘은 것은 상장 나흘째인 6월 1일이었다.
7월 31일에는 적출 기준을 넘긴 두 건이 실제 적출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규정에 음수를 절댓값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았기 때문으로, 이 기준이 명문화된 것은 8월 12일이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의 손실은 커졌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본부장은 7월 29일 레버리지 투자자의 손실률이 50%대 후반에 이르고, 고점에서 매수한 투자자는 한 달 만에 원금이 반토막 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7월 한 달간 코스피에서 발동된 사이드카는 15건이었다.
물론 반론은 있다. 이번 급락을 오로지 레버리지 탓으로 돌리는 것은 단선적 분석이라는 신중론이 나온다. 정부 역시 최근 증시 변동성을 레버리지 ETF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반도체주의 변동성 확대를 근본 원인으로 꼽는 시각도 업계에 있다. 6월 8일 사고에 대해서도 당국 관계자는 LP들이 종가 체결 과정의 이상 현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지적에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LP의 분기별 평가와 투자유의종목 적출은 거래소가 맡는 일이고,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의 비율을 따지기에 앞서 당사자의 설명이다.
정 이사장은 두 가지에 답해야 한다. 상장 심사 때 LP 호가 공백 위험을 검토했는지, 음의 괴리율이 6월 1일 처음 관리기준을 넘은 뒤 관련 기준을 명문화하기까지 72일이 걸린 경위가 무엇인지다.
정책실장은 물러났고 금융당국 수장들은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의 문을 열고 지켜 온 거래소만 아직 설명이 확인되지 않는다. 국정감사 출석 여부와 별개로, 이제는 정 이사장이 직접 나서 상장 심사와 시장 감시 과정을 설명할 차례다. 설명이 나오지 않는 상태가 길어질수록 시장의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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