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지붕 아래 수익과 공공성의 모순
LH가 분리되는 배경에는 조직 내 내재된 모순이 있다. 정부는 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LH가 직접 주택을 짓는 공공 시행 방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동시에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주거복지 서비스도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LH는 수익성이 중요한 개발 사업과 공공성이 우선되는 복지 사업을 한 조직 안에서 함께 추진해야 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이중적 역할이 양쪽 사업 모두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판단했다. 개발 조직이 주택 건설에만 집중하도록 독립시키면 공공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동시에 복지 조직이 주거서비스 확충에 집중하면 사회적 목표 달성도 더 용이해진다는 판단도 바탕에 깔려 있다.
두 기관의 역할 재편
개발공사로 분리되면 임대주택 운영에 따른 재무·조직 부담을 덜 수 있다. 택지 조성과 주택 건설이라는 핵심 사업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재원 공급의 새로운 구조 모색
가장 큰 난제는 두 기관 분리 이후 주거복지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는 문제다. LH는 지금까지 한 기관 내에서 개발사업 수익으로 임대주택 운영 손실을 보전하는 '교차보전' 구조를 유지해왔다. 택지 매각과 분양주택 판매 수익이 주거복지 재원으로 흘러들어가는 방식이었다.
두 기관이 별도 법인으로 나뉘면 이 구조는 유지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도시기금에 별도 계정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개발공사가 벌어들인 이익 일부를 해당 계정에 적립했다가 자산공사의 주거복지 사업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도 완전한 해법은 아니다. 자산공사는 자체 수익 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발공사의 수익에 얼마나 의존할 수 있느냐가 자산공사의 재무 안정성을 크게 좌우하게 된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개발공사의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주거복지 사업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지는 별도의 정부 지원 체계를 필요로 한다.
부채 배분의 복잡한 계산
173조 6567억원에 달하는 LH의 부채 처리 문제도 만만치 않다. LH의 부채는 공사채, 금융부채, 임대보증금 등 성격이 다양하다. 관련 자산인 택지와 임대주택도 함께 고려해 두 기관에 배분해야 한다.
정부는 개발이익 적립 비율, 인력 배치, 기존 사업의 승계 방식 등도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다. 17년간 통합되어 얽혀 있는 조직과 자산을 깔끔하게 분리하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복잡한 과제라는 의미다.
법적 절차와 실행 일정
실제 분리를 위해서는 관련 법률의 제정과 개정이 필수적이다. 국회의 논의와 승인을 거쳐야 한다.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기관별 기능 정의, 자산·부채 배분 원칙, 분리 일정 등을 담은 구체적인 LH 개혁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분리 과정에서 택지 조성·주택 건설 속도 유지, 임대주택 관리 연속성 보장, 주거복지 서비스 공백 방지 등이 모두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도 추진의 복잡성을 높인다. 이론상 최선의 조직 개편이라도 현실의 전환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발생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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