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닐라 최대 쇼핑몰에 글로벌 1호점 개장
에잇세컨즈는 지난 9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초대형 쇼핑몰 'SM 몰 오브 아시아' 2층에 글로벌 1호점을 개장했다. 약 420㎡ 규모의 이 매장 개장 행사에는 약 2000명의 현지 고객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는 한국 패션 브랜드에 대한 필리핀 젊은 세대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지 파트너십으로 리스크 최소화 전략
브랜드가 입점한 'SM 몰 오브 아시아'는 필리핀 최대 유통기업 SM그룹 산하의 대표적인 쇼핑몰로, 필리핀의 랜드마크이자 동남아시아 전체에서 손꼽히는 초대형 쇼핑몰이다. 2층에는 수옌그룹의 자체 브랜드인 어반 레비보를 비롯해 자라(Zara), H&M, 포에버21(Forever21), 갭(Gap) 등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어 에잇세컨즈가 글로벌 브랜드들과 직접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10월까지 3호점 확장 계획
에잇세컨즈는 하반기 마닐라 지역에 추가로 2개 매장을 더 열 계획이다. 2호점은 이달 17일 필리핀 대표 금융지구인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의 업타운몰 1층에 개장하며, 3호점은 10월 마닐라 중심부의 로빈슨 마닐라에 입점할 예정이다. 이처럼 단계적 확장을 통해 현지 시장 반응을 살펴보며 신중하게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내 SPA 브랜드 대표주자, K-팝 활용 마케팅도
중국 진출 실패 경험 딛고 7년 만의 재도전
하지만 에잇세컨즈의 해외 진출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6년 중국 상하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첫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사드(THAAD) 배치로 인한 한중 관계 악화와 높은 운영비용, 낮은 수익성 등으로 인해 2018년 7월 200억 원대의 적자를 남기며 철수했다. 이는 당시 많은 한국 기업들이 겪었던 중국 시장에서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이번 필리핀 진출은 그로부터 약 7년 만의 글로벌 재도전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필리핀 젊은 세대는 한국에 관심이 많고 에잇세컨즈의 주요 타깃층인 젊은 인구 비중이 높아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판단해 해외 재진출 첫 매장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필리핀은 인구 1억 100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25세 이하의 젊은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류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 한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새로운 역사 쓰겠다"...동남아 확장 의지 표명
고희진 삼성물산 패션부문 에잇세컨즈사업부장 부사장은 "동남아 시장의 핵심 국가 필리핀, 그 중심지 마닐라에서 에잇세컨즈가 새로운 역사를 써보려고 한다"며 "필리핀 고객이 우리의 문화와 패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진심을 함께 즐기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전체 해외 진출 가속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에잇세컨즈 외에도 다른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는 작년 9월 중국 상하이 백화점 릴(REEL)에 해외 1호점을 열었으며, 중국 외에도 미국,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홀세일 사업을 펼치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 빈폴은 중국 시장에서 6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K-패션 동남아 진출 모델 될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에잇세컨즈의 필리핀 진출이 성공할 경우 동남아시아 다른 국가로의 확장 가능성도 점쳐보고 있다. 특히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한류 인기가 높은 국가들이 다음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과거 중국에서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한 안정적인 시장 정착이 우선 과제로 지적된다.
국내 패션업계 전반이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에잇세컨즈의 해외 진출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K-팝과 K-뷰티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K-패션 역시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에잇세컨즈의 필리핀 진출이 한국 패션 브랜드의 동남아 시장 진출에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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