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업을 압도한 실적
삼성전자가 2분기 영업이익 89조 4000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빅테크 중 가장 높은 분기 실적이다. 그간 최고 기록은 엔비디아의 535억 달러(약 81조 8800억원)였고, 애플도 508억 5000만 달러(약 77조 8300억원)에 머물렀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584억 달러는 이 둘을 단숨에 넘었다.
테크 업계를 벗어나도 유사한 규모의 기업은 드물다. 세계 기업 전체에서 삼성전자를 넘는 분기 영업이익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2022년 2분기에 거둔 865억 달러가 유일하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정점에서 나온 수치다.
상반기 결산, 놀라운 성장률
삼성전자는 상반기 영업이익만 146조 6000억원을 벌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1186% 증가한 수치다. 연간 영업이익 전망이 374조원에 달하는 만큼 하반기에도 이 기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분기당 100조원, 반기 기준 200조원을 돌파하는 것이 현실화되는 수준이다.
흥미롭게도 이 결과에는 성과급 비용이 실제보다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 2분기 충당금으로 잡힌 성과급이 약 15조원이다. 이를 제외한 평년 기준으로 보면 2분기 영업이익은 사실상 100조원을 넘긴다. 회사는 올해 사업성과의 10.5%에 해당하는 약 40조원을 반도체 부문 직원들에게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메모리 사업이 벌어들인 거의 모든 것
이 같은 실적은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독주다. 완제품(DX) 부문의 영업이익이 1조원에 못 미친 반면 DS 부문은 88조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DS 부문 내에서도 메모리 사업부가 거의 전부 차지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같은 비메모리 사업이 적자인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고객사와 맺는 장기공급계약(LTA) 관행도 확산하는 중이다.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이면서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전체 공급계약 중 LTA 비중은 약 30%로, 경쟁사들의 20% 수준을 크게 앞섰다. 메모리가 단순 상품에서 고수익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신호다.
HBM 추격, 새로운 성장동력
SK하이닉스에 밀렸던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서도 삼성전자가 추격에 나섰다. 올해 2월 엔비디아 신형 칩 '베라 루빈'에 탑재될 6세대 HBM(HBM4)을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했다. 4개월 만에 매출 10억 달러(약 1조 5300억원)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평택, 용인, 미국 테일러에 이어 최근 정부 메가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남광주에 4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팹을 짓기로 했다. 글로벌 메모리 공급의 주도권을 강화하는 배치다.
완제품 부진, 신사업으로 답하다
반대급부로 완제품(DX) 부문은 고전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영상디스플레이(VD)와 가전(CE) 사업부가 2분기 0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TV와 가전은 글로벌 수요 감소, 원자잿값 상승, 중국 기업들의 추격으로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중국 가전 판매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스마트폰 사업(MX)도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출하량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 부문은 폴더블폰 라인업을 확대하고 AI 글라스 같은 새로운 폼팩터로 시장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이달 말 4:3 비율의 여권형 폴더블폰 '갤럭시 Z8'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이다.
AI와 로봇, 미래를 사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북 구미에 19조원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라인을 포함한 피지컬 AI 거점을 구축하기로 했다. DX 부문이 2040년까지 약 350조원을 투자해 미래 사업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2030년까지 국내외 모든 생산 공장을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자재 입고부터 생산·출하까지 전 공정에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을 도입하고, 품질과 생산, 물류를 담당할 AI 에이전트, 조립봇, 물류봇 등 제조 로봇을 단계적으로 투입한다. 과거의 수익성을 바탕으로 내일의 경쟁력을 준비하는 중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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