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지난 25일 생산직 노조 투표에서 반대 7,535표(50.08%)가 찬성 7,510표(49.92%)를 25표 차로 앞질렀다. 합의 내용은 임금 6.3% 인상과 함께 성과급 초과이익분배금(PS)의 40%를 현금으로, 나머지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노조는 이를 거절했다. 1인당 예상 성과급 7억원대에도 불구하고 '모두 현금으로 달라'는 것이다.
"1년 전 약속을 왜 자꾸 바꾸려 하나"
노조의 주장은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노사는 성과급 지급 방식에 합의했다.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이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합의에 따르면 성과급의 80%는 당해 연도에 현금으로,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10%씩 이연 지급하는 것이었다.
올해 사측은 성과급의 40%는 현금으로, 나머지 60%는 자사주로 지급하겠다는 안을 제시했고 노조는 이를 거절했다. 이에 사측은 보완책을 제시했다.
노조는 "전액 현금으로 받아야 한다"며 이 안을 거부했다. 임금 인상률이 6.3%로 삼성전자(6.2%)보다 높고, PS 재원 상한 폐지 등 기존 성과급 제도의 큰 틀은 유지되는 데다 내년 지급분에 대해서는 최대 80%까지 현금 수령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복지제도도 강화했는데 전액 현금 주지 않는다고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7억원도 모자라다고? 그게 너무한 거 아닌가"
이를 놓고 세간에서는 노조의 욕심이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증권가 일각의 낙관적 전망대로 올해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육박할 경우, 성과급 재원은 그 10%인 30조원 규모가 된다. 약 3만5000명의 임직원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성과급은 약 7억원대다. 직급과 평가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수억원대의 성과급을 추가로 받는 것이다. 이것도 충분한 보상 아닌가.
그런데 노조는 이마저도 모두 현금으로 받겠다는 주장이다. 60%를 주식으로 받는 것이 불안하다, 손실이 나면 어쩌냐는 식이다. 하지만 그건 노조의 욕심 아닌가. 회사가 실적을 내고 노조원들에게 나눠주는 것인데, 그 돈을 어떤 형태로 받을지까지 모두 선택권을 달라는 것이다.
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노조가 세금을 핑계로 드는데, 그렇다면 회사가 세금 문제까지 모두 해결해줘야 한다는 의미인가. 7억원의 성과급에 49.5%의 세금이 붙는다면, 그건 임직원의 소득 규모에 대한 국가의 정책이지, 회사의 책임이 아니다. 노조는 자신들의 높은 소득 구간에 대한 세금 부담을 회사에 넘기려는 것 아닌가.
더 문제는 노조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2025~2027년 주주환원 정책으로 고정 배당금을 주당 1,500원으로 인상했고,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기로 약속했다. 고점 대비 40% 넘게 급락해 사실상 반토막 난 상황에서도 회사는 주주에게 돌려줄 돈을 약속한 것이다. 그런데 노조는 어떻게 하나. 영업이익의 10%를 무조건 챙기겠다는 것이고, 주가 하락 손실까지 보전받겠다는 것이다.
회사 실적이 좋아질수록 임직원에게 돌아가는 몫은 커진다. 반면 주주는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면서 수십조원대 성과급이 임직원들에게 배분되는 상황이 거듭되면, 결국 '기업이 번 돈'이 주주보다 임직원에게 더 많이 돌아가는 역설적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게 정상인가.
재협상에서 노조가 배워야 할 것
이번 부결이 완전한 파국은 아니다. 기술사무직 노조는 66.2% 찬성으로 합의안을 가결했다. 생산직 노조의 부결 표도 25표 차로 팽팽했다. 노사 모두 갈등의 장기화를 피하고 싶어 한다. 업계에서는 사측이 추가 보상을 제시하면 다음 투표에서는 합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노조가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 욕심을 부리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을 보라. 영업이익 10% 성과급을 고집하면서, 주가가 반토막 났을 때도 현금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게 합리적인가.
기업이 번 돈을 나눠주는 것도 배려고, 주가 변동성을 함께 감수하는 것도 협력이다. 노조가 이익에만 참여하고 손실은 거부한다면, 그건 협력이 아니라 착취다. 주주는 주가 급락으로 수조원대의 손실을 입고 있는데, 노조는 이익도 챙기고 손실 보전까지 요구하는 것인가.
재협상에서 노조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1인당 7억원대의 성과급은 결코 적지 않은 보상이라는 것을. 주가가 반 토막 난 상황에서 임직원만 챙기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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