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평균 수치는 거짓을 말한다. 가장 앞선 게임사들은 이미 다른 세계에 있다. 넷마블은 게임 QA(품질 보증)를 거의 완전히 AI가 담당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크래프톤은 회사 전체를 AI 중심 조직으로 재설계했다. 엔씨소프트는 게임 미술부터 사운드, 번역까지 개발의 모든 리소스 제작 단계를 자동화했다.
핵심은 이것이다: K-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AI 없이는 불가능하다.
![[K-기업 AX 대전환 ⑧ 게임] AI 생산성이 K-게임 글로벌 경쟁력 좌우](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82813541501564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넷마블] 게임을 테스트하는 AI 에이전트 조직
넷마블은 2025년 중반부터 AI 에이전트를 게임 QA팀에 배치했다. AI는 게임 내 모든 상황을 자동으로 시뮬레이션한다. 게임의 복잡한 규칙을 학습한 AI 봇들이 배틀그라운드처럼 PvP(플레이어 대 플레이어) 기반 게임에서는 대량의 대전을 시뮬레이션하고, 밸런스가 맞지 않는 부분을 자동으로 감지한다. 과거에는 개발자들이 "이 무기는 너무 강한 것 같은데?" 하며 주관적으로 판단했다면, 이제는 AI가 데이터로 객관적으로 문제를 제시한다.
음성 생성도 자동화했다. NPC가 수백 개라면, 기존에는 성우를 고용해 모두 녹음해야 했다. 지금은 AI가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한다. 게임 특화 음성 합성 기술로 자연스러움도 확보했다.
다국어 글로벌 출시도 가능해졌다. 게임을 여러 국가에 동시 출시할 때 번역 작업만 몇 개월이 걸렸다. 게임 특화 번역 AI를 도입한 넷마블은 작업 시간을 50% 단축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조직 철학이다. 넷마블은 "1직원 1 AI 에이전트" 추진을 선언했다. 모든 개발자, QA 담당자, 기획자가 자신만의 AI 파트너를 갖고 업무를 돕게 하겠다는 의도다. 개발자가 반복적인 테스트에서 해방되고, AI가 하는 일을 감독하고 지휘하는 역할로 전환하는 것이다.
[크래프톤] 회사 전체를 Agentic AI로 재구성
크래프톤이 추구하는 것은 'Agentic AI'다.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고 외부 도구와 연동하여 복잡한 업무를 스스로 실행하는 주도적 AI를 의미한다. 게임 개발팀의 개발자가 "이번 달 새로운 맵을 만들어야 해"라고 지시하면, AI 에이전트가 그 계획을 분해하고, 그래픽 리소스를 생성하고, 게임 로직을 코드화하고, 테스트하고, 배포까지 자동으로 진행하는 구조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Agentic AI를 중심으로 업무를 자동화하고, 구성원은 창의적 활동과 복잡한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AI 중심 경영 체계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크래프톤은 올해 말까지 전사 AI 운영 인프라를 완성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현재 2026년 8월). AI 워크플로우 자동화, Agentic AI 관리 플랫폼, 데이터 표준화 체계를 모두 갖춘다는 의미다. 더 구체적으로, 2026년부터 매년 약 300억 원 예산을 편성해 구성원들이 다양한 AI 도구를 직접 활용하고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GPU도 엄청나다. 엔비디아의 B300을 기반으로 1,000여 대의 GPU를 구축했다. 이는 생성형 AI의 대규모 학습과 추론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국내 게임사 최고 수준의 컴퓨팅 파워다.
크래프톤의 철학은 명확하다: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도구다. 개발자는 더 창의적인 업무에, 기획자는 더 본질적인 의사결정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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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게임 리소스 제작 전체를 VARCO로 자동화
엔씨소프트의 AI 전략은 다르다. 2025년 초 물적분할로 독립 설립한 NC AI는 15년간의 자체 AI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VARCO(바르코)라는 통합 게임 개발 솔루션을 완성했다.
첫째, 미술 자동화다. 게임 아티스트들의 가장 무거운 업무는 배경과 오브젝트 제작이다. 과거에는 개념 이미지 스케치부터 최종 3D 모델까지 모두 손으로 진행했다. VARCO Art는 2D 이미지를 3D로 자동 변환한다. 아티스트가 그린 스케치를 블렌더(3D 도구)에 올리고 카메라 위치를 바꾸면, 여러 구도를 한 번에 생성한다. 과거에는 하나의 구도를 잡는 데 며칠이 걸렸다. 이제는 서너 가지 안을 만들어 회의에서 최적의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오브젝트도 마찬가지다. 배경과 소품 제작 시간이 절반 이상 단축됐다.
둘째, 사운드 자동화다. VARCO Sound는 생성형 AI 기반 오디오 솔루션이다. 게임의 배경음악, 효과음, 음성을 모두 자동으로 생성한다. 인디 개발사나 중소 개발사는 전문 사운드 디자이너를 고용할 수 없다. VARCO Sound는 이런 회사들에게 전문 수준의 오디오를 제공한다.
셋째, 번역 자동화다. VARCO MT는 게임 특화 번역 AI다. 일반 번역 서비스는 게임의 구어체나 특수 용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채팅 맥락, 테이블 데이터, 전문 분야 표현을 모두 처리한다. 게임을 다국어로 동시 출시하는 것도 이제 불가능하지 않다.
더 흥미로운 것은 엔씨소프트의 생태계 전략이다. NC AI는 중소·인디 개발사를 위해 VARCO Game AI 생태계를 구축했다. 개발 효율을 높인 우수 프로젝트는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까지 지원받는다. 개발비가 부족한 팀도 AI를 활용해 게임을 만들고, 시장 검증 후 글로벌 진출까지 가능한 구조를 만든 것이다.
또한 엔씨소프트는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도 선정됐다. 200B급 대규모 언어모델(LLM) 개발을 주도하며, 게임뿐 아니라 로봇·제조·유통 등 다양한 산업으로 AI 기술을 확산시키려 한다. 게임사가 국가적 AI 개발의 핵심 역할을 맡은 것이다.
K-게임 생존은 AI 생산성으로 결정된다
넷마블은 QA 자동화로 테스트 속도를 극적으로 단축했다. 크래프톤은 Agentic AI로 회사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했다. 엔씨소프트는 VARCO로 게임 리소스 제작의 모든 단계를 자동화했다.
세 회사의 AX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명확하다: 게임 산업에서 생존은 더 이상 "좋은 게임을 만드는가"가 아니다.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게임을 개발하는가가 생사를 좌우한다.
과거의 게임 개발 구조를 생각해보자. 한국 게임을 개발하는 데 12개월이 걸린다. 거기에 해외 현지화 6개월을 더하면 18개월이다. 그 사이 경쟁사는 5개의 신작을 출시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개발 일정을 40% 단축할 수 있고, 동시에 여러 국가의 버전을 병렬로 개발할 수 있다.
글로벌 게임 시장은 속도 경쟁이다. 모바일 게임은 몇 주 단위로 신규 콘텐츠를 출시해야 하고, 트렌드는 매월 바뀐다. AI 없이는 이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중국의 텐센트는 이미 전사 AI 도입을 완료했고, 일본의 주요 게임사들도 2025년부터 본격 AI 전환에 나섰다.
K-게임이 다음 10년을 살아남으려면, 더 이상 AI 도입은 "선택지"가 아니다. 필수다. 넷마블, 크래프톤, 엔씨소프트처럼 자신의 개발 프로세스를 AI로 근본적으로 재설계한 게임사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AI 전환에 뒤떨어진 게임사는, 아무리 창의적인 기획을 갖고 있어도 시간 안에 게임을 완성하지 못하고, 결국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다만 급격한 AI 도입이 게임 업계 고용 생태계에 미칠 영향과 AI 생성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이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K-게임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다.
2026년 하반기부터 2027년, K-게임 산업의 승자와 패자는 AI 생산성으로 결정될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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