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9.07(월)

고려아연 백인규 vs MBK 박유경 … 9월9일 한 사람만 웃는다

감사위원 놓고 한판승부 … 임시주총서 ‘3% 룰’ 첫 대결

안재후 CP

2026-09-07 13:22:48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오는 9월 9일 고려아연이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는 최윤범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간 경영권 분쟁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한 자리를 놓고 양측이 내세운 후보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딜로이트안진에서 약 28년간 회계감사와 재무자문을 담당한 백인규 현 이사회 의장 후보를 추천했고, MBK·영풍은 APG자산운용 아태지역 책임투자·거버넌스 총괄을 역임한 박유경 후보를 주주제안으로 내세웠다. 의결권자문사 9곳 중 8곳은 백인규 후보를 지지하는 상황이지만,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은 박유경 후보를 선택하며 변수가 생겼다. 특히 이번 임시주총은 2025년 7월 강화된 상법 개정안에 따른 '합산 3% 룰'이 적용되는 첫 번째 감사위원 선임 표 대결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강화된 '합산 3% 룰' 첫 적용되는 감사위원 선임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하여 3%로 제한하는 이른바 '합산 3% 룰'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안건에만 적용된다. 상법은 2020년 12월 처음 3% 룰(개별 3%)을 도입했으나, 2025년 7월 국회 통과한 개정안에서 대주주 측 의결권을 더욱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합산 3% 룰'로 강화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은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 분리선출과 일반 독립이사 4명 선임을 주요 안건으로 다룬다. 감사위원 선임은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합산 3% 룰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대주주의 영향력이 원천적으로 제한되고,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판단이 당락을 결정하는 구조가 된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2023년부터 본격화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경영 성과와 지배구조 개선 부족을 이유로 경영권 변화를 추구해왔다. 반면 최윤범 회장 측은 2026년 상반기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미국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을 준비 중이다. 감사위원 선임은 이 같은 경영권 분쟁에서 경영 감시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백인규 후보: 회계·감사 30년의 실무 전문가
백인규 후보는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CPA) 자격을 모두 보유한 회계 전문가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서 약 28년간 파트너로 재직하면서 외부감사, 회계처리, 재무자문, 내부통제 분야에서 깊은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 딜로이트그룹 이사회(Board of Partners) 의장과 ESG센터 장을 맡고 있으며, 국내외 기업에 회계감사, M&A, ESG 관련 자문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백인규 후보의 회계 관리와 내부통제 역량을 앞세운다. 지배구조 조언사들도 같은 평가를 내렸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그리고 한국의결권자문, 서스틴베스트, PIRC, 이건존스 프록시서비스, ESG연구소, 한국ESG평가원 등 국내 자문사 8곳이 백인규 후보 선임에 찬성을 권고했다. 한국의결권자문은 현재 고려아연 감사위원회에 공인회계사 등 회계 전문가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감사위원 가운데 회계·재무 전문가를 두도록 한 법 취지를 고려하면, 이번 선임을 통해 회계 역량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쟁점이 있다. 백인규 후보가 이사회 의장을 지낸 한국 딜로이트그룹이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재무 실사를 수행했다는 점이다. 한국ESG기준원은 이를 이해상충 가능성으로 지적하며 백인규 후보 선임에 반대를 권고했다. MBK파트너스도 고려아연 측 주총 자료에서 "백인규 후보가 고위 임원으로 재직했던 한국 딜로이트그룹은 고려아연과 지속적으로 업무 관계를 이어왔다"며 감시 기능의 독립성을 의심했다.

박유경 후보: 글로벌 거버넌스 전문가, 독립성 강조
박유경 후보는 글로벌 지배구조 분야의 경험이 풍부하다.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의 자회사인 APG자산운용에서 약 17년간 재직하며 아태지역 책임투자·거버넌스 총괄 및 이머징마켓 투자부문 대표(본부장)를 역임했다. 글로벌 기관투자자 관점에서 국내외 상장기업의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주주권 보호, ESG 개선 활동을 수행한 글로벌 거버넌스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박유경 후보가 MBK가 구성한 독립심사위원회를 통해 공개 추천 절차로 선정된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한 후보라는 주장이다. 경영권 분쟁과 규제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감사위원은 경영진을 견제하는 기능이 필수라는 논리다.

그러나 독립성 논란이 제기된다. APG는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 박유경 후보 재직 당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주총에서 APG는 고려아연 측 이사 후보에 반대하고 영풍·MBK 측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영풍 측은 박유경 후보가 2023년 주식팀으로 보직 변경돼 의결권 행사 업무와 조직적으로 분리됐다고 반박했다. 또한 박유경 후보는 2025년 12월 APG를 퇴사해 현재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의결권자문사 9곳 중 8대 1, 하지만 기관투자자는 엇갈린다
의결권자문사들의 권고는 백인규 후보에게 유리하다. 의안 분석 보고서를 낸 주요 의결권자문사 9곳 중 8곳이 백인규 후보에 찬성하고, 한국ESG기준원만 박유경 후보에 찬성 의견을 냈다. 그러나 실제 기관투자자의 선택이 자문사의 권고와 일치하지 않는 변수가 생겼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은 2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박유경 후보 선임에 찬성하고 백인규 후보 선임에는 반대하는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공시했다. 캘퍼스는 영풍·MBK 측 신임 이사 후보인 이준봉, 심혜섭의 선임에도 찬성을 의결할 계획이다. 캘퍼스는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을 회계적 전문성만큼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 연기금이 자문사 권고와 정반대의 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자문사들의 논리가 시장 전체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은 감사위원 후보가 중요한 지분·거래관계 있는 회사의 최근 5년 이내 상근 임직원인 경우 선임에 반대할 수 있도록 정한다. 국민연금의 판단이 임시주총의 캐스팅보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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