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1(토)

[인터뷰] 변신을 즐기는 배우 송중기 “‘로기완’은 죄책감의 영화, 이런 정서를 표현해 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이 있어요”

승인 2024-03-11 07:00:00

[인터뷰] 변신을 즐기는 배우 송중기 “‘로기완’은 죄책감의 영화, 이런 정서를 표현해 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이 있어요”
[글로벌에픽 유병철 기자]
배우 송중기의 변신에 대중은 즐겁다.

송중기는 지난 1일 넷플릭스로 공개된 영화 ‘로기완’에서 진지와 눈물, 웃음을 오가며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영화 속에서 보여준 진지한 캐릭터처럼 신중한 사람이었다.

송중기는 ‘로기완’에 남다른 의미를 뒀다. ‘로기완’은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사흘 만에 비영어권 영화 부문 3위에 오르며 순항 중이다.

“솔직히 저희 영화가 타임킬링용도 아니고 메이저한 정서도 아니라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기분은 좋네요.”

2011년 발매된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하는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로기완(송중기 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 분)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송중기가 7년 만에 다시 출연을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됐다.

“7년 전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로기완의 서사가 생존에서 로맨스로 이어가는 지점이 공감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재벌집 막내아들’ 촬영 중 다시 온 대본을 봤을 때는 또 달랐어요. ‘잘 사는 게 무엇일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있어서 사람들끼리 부대끼며 사는 게 행복한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작품의 의미가 새롭게 공감이 됐어요. 분명 제 인생에서의 변화도 일정부분 영향을 줬을 거예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영향은 사람으로서 생각과 관심사가 달라지는 그대로 저도 시선이 달라진 게 아닐까 싶어요.”
[인터뷰] 변신을 즐기는 배우 송중기 “‘로기완’은 죄책감의 영화, 이런 정서를 표현해 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이 있어요”

송중기는 난민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낯선 땅 벨기에에서 고군분투하는 탈북자 로기완 역으로 열연했다. 중국에서 엄마(김성령 분)와 함께 살던 로기완은 불의의 사고로 엄마를 잃고 강제 북송 위기에 몰리자 벨기에 행을 택한다. 그곳에서 마리를 우연히 만나 삶의 변화를 맞는다.

“‘로기완’을 촬영할 때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며칠씩 고민하곤 했어요. 감독님에게 촬영 스케줄을 바꾸자고 한 적도 몇 번 있어요. 감독님은 그런 내가 미웠을 거예요.”

송중기는 처절한 생존을 바탕으로 어머니를 향한 죄책감과 마리를 향한 동질감, 이를 아우르는 행복한 삶을 위한 자유의지까지 복잡한 감정 선들을 담백하면서도 몰입감 있게 그려냈다.

“죄책감에서 못 벗어나 몸서리치는 사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영화 후반부에 로기완이 마리에게 '내가 행복할 자격이 있느냐'고 묻는데, 이 대사는 제가 김희진 감독님에게 넣어 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로기완은 ‘괜찮아’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임승용 대표(제작사 용필름) 님이 제게 ‘좀 더 적극적인 로기완이 된 것 같다’라고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말처럼 아마 로기완에게 제 성격이 어느 정도 스며들면서 그렇게 된 게 아닐까 해요. (최)성은과 감독님에 비하면 인간 송중기로서는 순수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다만 로기완처럼 올곧게 살려고 하는 마음은 비슷할 지도 모르겠어요. 그 마음은 과거도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가예요.”

송중기의 ‘로기완’ 속 연기 정공법은 빛을 발했다. 어떠한 꾸밈도 없었고 앞뒤 상황을 모두 꼼꼼히 분석한 뒤에 그만의 정답을 만들어 낸다.

“촬영할 때 육체적으로 힘든 건 견딜 만했지만, 정서가 힘들었어요. 워낙 밑바닥에 깔린 정서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죠. 강에 신발을 건지러 가는 장면은 10분 만에 촬영됐어요. 현지 법규상 촬영시간 제한이 10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르게 접근하기도 어려웠고, 현장이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았어요. 이후 세탁소 장면 등 노숙과 방황을 거듭하는 버티는 모습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러한 과정들이 엄마의 희생을 딛고 살아가는 로기완의 심정에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로기완을 연기하는 현실의 저는 많은 사랑을 받고 혜택도 받는 배우인데, 많은 주변인들에게 어떠한 시선을 던지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물론 당시 아내가 임신 중이기도 하고 인간 송중기로서 생각이 많았던 시기였기에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작품 자체가 주는 의미가 컸어요.”

[인터뷰] 변신을 즐기는 배우 송중기 “‘로기완’은 죄책감의 영화, 이런 정서를 표현해 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이 있어요”

송중기는 매 장면에서 그 동안 쌓아왔던 연기내공의 포텐을 터트렸다. 그의 깊은 눈빛 연기는 최강이었다. 그가 선보인 눈빛 연기는 ‘로기완’의 서사를 이끌어나가는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눈빛과 표정, 목소리의 떨림, 굵은 눈물까지 어느 것 하나 로기완이 아닌 것이 없었다.

“제가 드라마를 할 때 스산한 정서를 다루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요. 그런데 배우로서 여러 장르를 하고 싶으니까 영화로 제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는 것 같아요. 드라마와 영화를 균형 있게 출연하는 것도 그 이유죠. ‘로기완’은 죄책감의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정서를 표현해 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이 있어요.”

송중기가 펼쳐내는 케미 역시 일품이었다. 송중기는 촬영 현장에서 책임감이 강하고 동료 배우와 스태프를 잘 챙겨 ‘송 반장’이라고 불렸다.

“‘로기완’의 주인공으로서 영화를 흥행시키고 싶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주인공으로서 일상생활에서도 작품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성은이 와는 촬영 후 한 달 만에 세탁소 장면을 촬영하면서 만났어요. ‘이제서야 좀 외롭지 않겠구나’ 싶었어요. 또한 자신의 연기만족에 타협 없이 접근하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렇게 오랜만에 파트너로서 허물없이 연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이상희 선배(선주 역)는 초반에 힘을 다 빼고 뭘 하든 다 받아주겠다는 듯한 인상으로 촬영에 임하시더라고요. 작품 속 주인공은 기완과 마리였겠지만, 현장에서의 실제 주인공은 이상희 선배라 할 수 있어요.”

그동안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장르 불문, 캐릭터 불문 행보를 화려하게 보였던 송중기는 ‘로기완’을 만나 연기 스펙트럼을 더욱 깊게 넓혔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흥행을 정말 많이 고려해요. 흥행을 생각하지 않으면 무책임한 거죠. 그러면 주연 배우를 하면 안 되고요. 어떤 작품이든 주인의식을 갖고 임하려고 해요. 그래서 작품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평소에도 잘 살려고 노력해요. 그런 점에서 흥행은 늘 바라고요. 그리고 저희의 작품을 흥행시키려고 노력하죠. 역할보다는 공포 영화를 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파묘’의 흥행이 반가워요. 조만간 보러 갈 텐데, ‘파묘’가 잘 돼 너무 좋아요. ‘내가 좋아하는 장르인데 드디어 터지는구나’라는 생각에서죠.”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유병철 글로벌에픽 기자 e ybc@globalepic.co.kr/personchos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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