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 지주사인 (주)코오롱은 7일 이사회를 열고 자동차 유통을 주력으로 하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주)코오롱의 완전자회사로 편입시키기로 결정했다. BMW, 아우디, 볼보, 로터스 등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는 자동차 유통사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분기당 매출액이 5463억원(올해 1분기 기준) 나오는 코오롱그룹 내 알짜회사다.
완전자회사 편입을 위해 두 가지 절차가 진행된다. 코오롱글로벌로부터 인적분할돼 2023년 1월 재상장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주)코오롱 지분을 제외한 소액주주 지분 21.62%를 공개매수를 통해 사들인다. 공개매수 가격은 1주당 4000원으로 7일 종가(3325원) 대비 20.3% 높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공개매수를 완료하면 (주)코오롱은 오는 12월 17일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주주에게 (주)코오롱 주식을 주게 된다. 이를 통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비상장회사로 전환되며 (주)코오롱의 완전 자회사가 된다.
이규호 부회장은 2023년 말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해 지주사 전략부문 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등 주요 계열사의 사내이사에도 선임됐다. 특히 이번에 지주사가 품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경우 이 부회장이 과거 대표를 지냈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23년 말 신설된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이사직을 역임한 뒤 지난해 초 지주사 ㈜코오롱의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등 주력 계열사의 사내이사도 역임하고 있다.
재계 40위 코오롱그룹 당면 과제는 경영권 승계와 바이오산업 등 신사업 성패다. 코오롱그룹 지주사인 ㈜코오롱 회장직이 7년째 공석인 가운데, 현재까지 거론되는 후계자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아들이자 '오너4세'인 이규호 전 코오롱모빌리티 사장이다.
이웅열 명예회장 “능력 입증 못하면 주식 안줘”
하지만 이 부회장의 승계 과정에는 상당한 과제가 남아있다. 지배구조 상 이 부회장은 지주사와 계열사 지분이 전혀 없다. 전문경영인에 준하는 위치에 올라 있는 셈이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지주사 ㈜코오롱(보통주 지분 49.74%)의 주인은 여전히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다.
경영 성과 면에서도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첫 사내이사에 오른 코오롱 이규호 부회장이 첫 성적표에서 영업손실의 '쓴 맛'을 봤다. ㈜코오롱은 지난해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당초 227억원 흑자로 예상됐던 실적이 외부감사 과정에서 재분류되면서 최종적으로 811억원 적자로 정정됐다.
신사업 중심 사업구조 재편
이 부회장은 경영 능력 입증을 위해 신사업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2024년 항공 및 방산 분야의 복합소재 사업을 영위하던 코오롱데크컴퍼지트와 코오롱글로텍의 차량 경량화 부품·방탄 특수소재·수소탱크 사업 등 그룹 내 복합소재 사업을 일원화하며 2024년 코오롱스페이스웍스를 출범시켰다.
코오롱그룹과 현대차·기아는 3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코오롱스페이스웍스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기술협력을 내용으로 한 '전략적 미래 모빌리티 소재 사업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차·기아가 R&D기술협력을 위해 복합소재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최초의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코오롱그룹은 올해 7월 코오롱글로벌과 MOD, 코오롱LSI를 합병했다. 건설업 부진을 겪는 코오롱글로벌의 현금 창출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 부회장은 올해 실적 개선을 위해 미래 먹거리 산업인 제약·바이오 분야와 모빌리티 복합 소재 등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코오롱그룹은 제약·바이오 강화를 위해 코오롱티슈진 대표로 전승호 전 대웅제약 대표를 영입했다.
코오롱티슈진은 그룹내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3상 막바지 단계인 인보사가 상업화에 성공하면 미국내 연간 매출액만 3조~4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여 염두에 둔 사업구조 재편
투자은행(IB)업계에선 코오롱그룹이 비핵심자산 및 계열사 매각을 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이번 사업구조 재편은 이런 향후 지분 증여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재 경영권 승계시점과 관련, 이 부회장 경영성과와 증여세마련 속도에 따라 승계시점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 측은 최근 사업재편이 승계 보다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취지라는 입장이다.
이규호 부회장의 이번 모빌리티그룹 완전자회사화 결정은 단순한 사업 효율화를 넘어 4세 경영승계를 위한 기반 다지기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향후 그가 보여줄 경영 성과와 신사업 성공 여부가 코오롱그룹의 미래와 승계 시기를 가름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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