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조현범 판결, 재벌 총수 사익 경영 단죄 신호탄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9일 조현범 회장에 대해 "총수 일가 지위를 악용한 사익 추구가 심각한 문제"라며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조 회장은 사적 친분을 이유로 계열사 자금 50억원을 협력사에 대여하고, 회사 자산을 개인 목적으로 사용해 총 200억원대 배임 및 횡령을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개인 범죄를 넘어 재벌 총수의 사적 지배권 남용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판부는 "회사 자산을 사유화해 사적 이익을 추구한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고 강조하며, 사법부가 '총수 일가의 전횡'에 대해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는 신호를 보냈다.

최윤범 회장, 1조원대 배임 혐의 수사 진행 중
최윤범 회장은 현재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다수의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소·고발된 상태다. 특히 그 규모가 조현범 회장 사건을 훨씬 상회하는 1조원대에 달한다는 점에서 사법적 판단의 무게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관련 배임(5,614억원)
최 회장은 이사회 승인 없이 중학교 동창이 운용하는 신생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5,614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조현범 회장이 '사적 친분'을 근거로 회사 자금을 대여한 행위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카카오와 공모해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고가에 대거 매입해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고려아연 자금 약 1,000억원이 출자된 하바나1호의 경우 직접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대한 고가매수 및 시세조종에 활용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그니오홀딩스 고가 인수(5,820억원)
경영권 방어 목적 자사주 공개매수(6,800억원)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에 1조8천억원의 차입금을 사용했다. 고려아연은 이 차입으로 차입금이 2조6천억원가량 늘어났고 부채비율도 2023년 말 24.93%에서 2024년 말 94.75%로 치솟았다. 영풍·MBK 연합은 이 과정에서 회사가 6,80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며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상호주 구조 형성 및 공정거래법 위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회사 SMC를 동원해 영풍의 지분 10.33%를 매입함으로써 상호주 구조를 형성한 행위도 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조현범 판결이 최윤범 사건에 미칠 영향
법조계에서는 조현범 회장에 대한 실형 판결이 최윤범 회장 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사적 친분에 기반한 회사 자금 사용'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더욱 주목된다.
조현범 회장이 사적 친분을 이유로 50억원을 대여한 것과 달리, 최윤범 회장은 중학교 동창이 운용하는 펀드에 5,614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규모 면에서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한 조현범 회장의 경우 개인적 사익 추구 성격이 강했다면, 최윤범 회장은 경영권 방어라는 목적성이 있어 법적 판단이 더욱 복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법부가 총수 일가의 기업 자산 사유화에 단호한 잣대를 적용하기 시작했다"며 "최윤범 회장은 규모와 중대성 면에서 더욱 심각해 향후 사법적 판단의 중대한 전례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영권 분쟁 속 커지는 사법 리스크
최윤범 회장은 지난 23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전략으로 일단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혐의들로 인해 사법 리스크는 오히려 커진 상황이다.
검찰은 최근 유상증자 과정에서 부정거래 의혹이 제기된 고려아연과 증권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최 회장은 자사주 공개매수 직후인 2024년 10월 2조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가 철회한 건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및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재계 전체로 확산되는 긴장감
조현범 회장의 실형 판결은 재계 전체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특히 최윤범 회장의 경우 혐의 규모가 워낙 크고 복합적이어서, 향후 사법적 판단에 따라 국내 재벌 체제에 대한 구조적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조현범 회장의 실형 판결이 촉발한 '사익 경영 단죄' 기류는 최윤범 회장 등 다른 총수 일가로 번지며, 기업의 근본적 변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향후 국내 재벌 체제에 대한 구조 개혁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총수 개인의 판단으로 회사 자금이 사적 목적으로 흘러간다면, 그것이 손해로 귀결되는 경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계기
이번 조현범 회장 판결을 계기로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과 총수 책임 경영 원칙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윤범 회장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본격화될 경우, 총수 일가의 경영권 행사 방식에 대한 사법적 기준이 명확히 세워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법조계에서는 최윤범 회장의 경우 조현범 회장보다 혐의 규모가 크고 복합적이어서 법적 판단의 무게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단순한 사익 추구를 넘어선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배임이라는 점에서 사법부의 판단이 더욱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들이 단순한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한국 재벌 체제 전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법부가 재벌 총수의 사적 지배권 남용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만큼, 향후 기업 경영에 있어 투명성과 책임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