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몰수제는 정부가 이미 사망한 범죄자로부터도 범죄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간 이혼 소송에서 새롭게 드러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박재평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서 "현행 형법은 몰수 및 추징을 유죄판결에 부가되는 '부가형'으로 규정하고 있어, 기소 자체가 불가능하면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며 "이같은 한계를 해소하기 위한 독립몰수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공소시효의 도과, 범죄자의 사망, 또는 피고인의 특정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범죄수익이 고스란히 남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 사건에서는 범죄수익이 차명계좌나 가족 명의 부동산 등으로 전환·은닉되어 실질적인 환수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권고하는 필수 제도, 선진국은 이미 도입
전성환 법무부 국제형사과 검사는 "독립몰수제는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태국·페루 등 보편적으로 도입한 필수 제도"라며 "국가폭력범죄뿐 아니라 마약, 금융사기 등 민생침해 범죄까지 독립몰수제 도입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민사몰수(Civil Asset Forfeiture) 제도를 통해 유죄판결 없이도 범죄와 연관된 자산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독일 역시 독립몰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범죄수익법(Proceeds of Crime Act 2002)을 통해 현금 몰수(cash forfeiture)와 민사 환수(civil recovery)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노소영 이혼소송서 드러난 900억원 '안방 비자금'
'맡긴 돈' '선경 300억 원' 이라고 적힌 김옥숙 여사의 친필 메모와 선경그룹에서 받은 50억 원짜리 약속어음 6장이 결정적 근거가 됐다. 노 씨가 건넨 이 돈이 선경그룹, 즉 SK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한 것.
노 관장은 이 증거를 인정받으면서 재산분할 1조3808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이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메모에 적힌 900억 원의 금액이 추징되지 못한 1900억 원 중 일부라며 이를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생전 노 전 대통령은 약 4600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2682억원은 추징했으나 나머지 금액은 출처가 확인되지 않아 환수하지 못했다.
이날 토론을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는 비자금의 실체를 폭로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녀 노소영 씨는 본인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비자금의 실체가 담긴 메모를 법정에 제출했다. 그런데도 현행법상 공소 제기가 불가한 상황"이라며 "국가폭력범죄로 인한 범죄수익에 대해서는 독립몰수제를 도입해 부정축재 재산을 끝까지 추적, 환수해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대한 정의실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독립몰수제와 관련 입법적 정비·보완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혜미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반인권적 국가폭력범죄라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독립몰수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정당성을 당연히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헌성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빈틈없이 정교하고 세심한 입법이 요구된다"며 "소급입법 문제도 존재하는 만큼, 독립몰수제의 성격과 요건, 절차, 효과 등을 더욱 엄격히 규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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