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현재 양국이 마주한 도전을 직시하면서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한국과 베트남은 연대와 협력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합니다.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지정학적 갈등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존 성장 방식은 한계에 달했다"고 지적하며, "위기는 한 나라 힘만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응우옌 반 탕 베트남 재무부 장관은 축사에서 "베트남과 한국은 유사한 문화를 가진 국가이자 전략적 파트너로서 지역 및 글로벌 가치사슬의 중요한 요소"라면서 "베트남 정부는 한국 기업이 베트남뿐 아니라 제3시장에 함께 진출하는 것을 환영하며 호혜적으로 상생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규모 협력 사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한편, 전날 이재명 대통령과 또 럼 베트남 당서기장 간의 정상회담에서는 2030년까지 양국 교역액을 1500억달러로 확대하는 목표가 공식 제시되었다. 이는 현재 867억달러 수준인 양국 교역액을 거의 두 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디지털, 첨단산업, 공급망, 에너지 등 4개 분야가 양국 협력의 핵심 영역으로 제시되었다.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는 "첨단산업에는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수"라며 "SK는 LNG 발전 인프라 구축과 재생에너지 활용으로 베트남에 친환경적이고 경쟁력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는 "베트남은 지난 30년간 HD현대그룹과 협력하며 조선업이 크게 발전했다"며 "시설투자 등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은 지금 글로벌 5~7위 정도를 하고 있는데 글로벌 빅3에 베트남이 올라서는 게 머지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포럼에서는 양국 기업·기관 간의 실질적인 협력이 구체화되었다. SK이노베이션 E&S, 효성중공업, KT 등 한국 기업·기관 44곳과 베트남 기업·기관 34곳이 에너지, 조선, 항공, AI, 첨단소재, 드론 등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합의했다. 이는 정부 차원의 합의를 민간이 구체적인 사업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32년간 173배 성장한 양국 관계 새로운 도약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수교 이후 지속적으로 교류를 확대해 양국 교역액이 수교 당시 5억달러에서 작년 867억달러로 32년 만에 173배 이상 증가했다. 베트남은 3년 연속 중국과 미국에 이은 한국의 3대 교역국으로 자리매김했고, 한국 역시 베트남의 3대 교역국에 올라있다.
최태원 회장은 "디지털과 첨단산업, 공급망과 에너지 등 네 가지 분야는 양국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 이번 포럼을 통해 양국이 쌓아온 두터운 우정을 바탕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도출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철민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베트남은 아세안 핵심 협력국으로, 경제협력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며 "2022년 양국 정상회담 당시 설정한 목표인 '2030년 교역액 1천500억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전통 제조업에 머무는 협력 범위를 디지털·첨단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나가는 고도화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래를 향한 새로운 출발점
이번 포럼에는 한국 측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 현신균 LG CNS 사장 등 기업인 300여명과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최영삼 주베트남 한국대사 등 정부 고위 인사가 참석했다. 베트남 측에서는 부이 타잉 썬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 응우옌 반 탕 재무부 장관 등 정부 인사와 레 만 홍 페트로베트남 그룹 회장, 따오 득 탕 비엣텔 그룹 회장 등 200여명이 자리했다.
11년 만에 성사된 베트남 최고지도자의 방한과 함께 열린 이번 비즈니스 포럼은 양국이 보호무역주의와 지정학적 갈등이라는 글로벌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함께 발굴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특히 디지털 전환, 친환경 에너지, 첨단 제조업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통해 양국 경제협력이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양국은 2030년 1500억달러 교역 목표 달성을 위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민간 기업들의 협력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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