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샘 알케미랩 대표.
2020년 무렵까지만 해도, 필자는 강의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을 대체하려면 아직 수십 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당시에는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실제로 당시 출시됐던 인공지능 서비스들의 성능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기 때문이다. 번역기를 써도 정확한 결과를 얻기 어려웠고, 예술적 창작은 더더욱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인공지능 서비스 수요가 폭증했다. 오픈AI의 DALL·E는 사용자가 말로 묘사한 이미지를 순식간에 수십 개씩 만들어냈다. 디자인과 일러스트 같은 분야에서 충격이 시작됐다. 전문적이라 여겨지던 영역조차 기계가 파고들자, 사람들은 환호와 공포를 동시에 느꼈다.
결정적 전환점은 챗GPT였다. 단순한 반복 작업이 아니라, 전문직의 핵심 업무까지 기계가 따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중학생도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상상을 쉽게 한다. 그리고 불과 몇 년 뒤인 2025년, 우리는 현실에서 수천 명의 개발자가 해고되는 뉴스를 접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은 AI 전환을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구글과 메타는 수천 명의 직원을 줄였고, 국내에서도 콜센터, 단순 통번역, 디자인 프리랜서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본질은 경제 붕괴가 아니다. 그것은 낯섦이다. 지금 하던 일을 계속해선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는 막막함이 우리를 두렵게 한다.
철학자 니체는 “사람은 낯선 선택을 하는 순간에만 살아 있다”고 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것은 철학적으로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변화는 우리를 공포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짜 살아 있는 삶으로 이끄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김한샘 알케미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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