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 대형 로펌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구성해 HMM의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업성 검토를 넘어 실제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HMM 인수 검토는 여러 면에서 의미가 크다. 우선 포스코가 1995년 거양해운을 한진해운에 매각한 이후 30년 만에 해운업에 재진출하는 것이다. 또한 시가총액 23조원에 달하는 HMM은 포스코그룹이 추진하는 인수합병 중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인수 재원 확보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홀딩스는 상반기 말 기준 7조원 수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충분한 인수 여력을 갖춘 상태다. 포스코그룹은 현재 HMM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보유한 36%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배터리 동반 부진 속 '제3의 길' 모색
포스코그룹의 HMM 인수 검토 배경에는 주력 사업의 동반 부진이 자리잡고 있다. 철강 부문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내수 부진, 미국발 관세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온 이차전지 소재 사업도 주력 시장인 미국과 한국에서 사업 정체를 겪으며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그룹은 HMM과의 시너지 창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철강 제품의 해상 운송에서 물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친환경 선박용 강재 공급 등에서도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국가기간산업인 해운업 진출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안정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산업은행 측도 HMM 매각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산은은 지난해 2월 하림그룹과의 HMM 매각 협상이 결렬된 후 매각 작업을 잠정 중단했지만, 이르면 연내 매각 작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현재 공석인 산은 회장이 임명되면 HMM 매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흥미롭게도 포스코그룹은 그동안 HMM 인수 의향이 거론될 때마다 선을 그어왔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중장기 사업 방향과 맞지 않아 HMM 인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현재 HMM에 대한 사업성 검토는 인수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고 포스코그룹과 시너지를 낼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는 차원"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향후 성장성이 유망하고 그룹 사업과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그룹의 HMM 인수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재계 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본업 부진 상황에서 대규모 인수가 그룹 차원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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