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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협 갈등에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내홍

협상 합의 후 6000명 탈퇴 … 과반 지위 상실 위기

안재후 CP

2026-05-28 14:55:29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연합뉴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연합뉴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삼성전자 임금협상이 노사 합의로 마무리되자마자, 현장에선 조합원 탈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최대 노조이자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보유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지부(이하 초기업노조)가 조직력 위기에 봉착했다.

28일 업계 집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 가입자 수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6만9천575명으로 떨어졌다. 임금교섭 과정에서 7만6천여 명을 웃돌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몇 주 사이에 6천 명 이상이 탈퇴한 셈이다. 조합원 수가 지속 감소세를 보이며 과반노조 지위 상실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DS 편중' 임협안이 불러온 부문 간 갈등
이탈의 핵심 원인은 임금협상 합의안의 '불균형'에 있다. 반도체 부문인 디바이스솔루션(DS)에만 막대한 성과급이 집중된 반면, 스마트폰·TV·가전 등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상대적으로 배제된 형태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찬반투표 결과다. 초기업노조에서는 80.6%(4만4천606명)가 찬성한 데 비해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21.1%(1천536명)만 찬성했다. 부문별로 보면 DS 직원은 대부분 찬성한 반면 DX 직원은 대부분 반대로 표결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DX 부문 직원들의 탈퇴가 주도적이다. 초기업노조의 DX 소속 조합원은 현재 약 5천 명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들의 집단 이탈이 전체 조합원 감소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과반 지위 상실의 임계점 임박
상황이 더 악화되면 초기업노조는 조직 존립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이 약 12만9천 명인 점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과반 지위를 유지하려면 최소 6만4천50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조합원 수가 이 선을 넘지 못하면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상실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위 상실이 현실화되면 파장은 상당하다. 향후 노사 교섭에서 주도권이 급격히 약화되고, 법적 정당성도 크게 훼손된다. DS 부문에 집중된 '반쪽짜리' 노조로 전락하면서 대의명분도 약해진다. 무엇보다 내년도 복수 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초기업노조의 우위가 흔들릴 수 있다.

지위 약화로 성장하는 2·3대 노조
초기업노조의 이탈과 정반대로 다른 노조들은 세를 불리고 있다. 2대 노조인 전삼노는 2만여 명으로, 3대 노조인 동행노조는 1만6천여 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DX 부문 직원들이 임협안 반발로 결속을 강화하면서 기존 노조로 흡수되는 양상이다.

이는 향후 삼성전자 노사관계 판도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초기업노조가 주도권을 잃으면서 다양한 노조 간 경쟁 구도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내부 개혁과 신뢰 회복의 시작
위기 상황에 직면한 초기업노조는 조직 개혁에 나섰다. 최승호 위원장은 27일 향후 교섭 및 운영 방향을 발표하면서 "DS 부문과 DX 부문을 분리하는 투트랙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집행부도 분리해 DS 5명, DX 3명으로 나누어 각 부문의 특수성을 반영하기로 했다.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도 개선안을 내놨다. 집행부 직책 수당은 월급과의 중복 수령 논란을 반영해 최대 500만원으로 상한선을 설정했다. 또한 DS 부문에서는 비메모리 사업의 흑자 전환을 위해 회사에 경영 현황 공개를 요구할 방침이다.

위원장 재신임투표와 조직 재정비
최 위원장은 오는 6월 17일 재신임 투표를 통해 조합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교섭 과정에서 "파운드리 이직을 돕겠다", "DX 솔직히 못 해먹겠다" 같은 논란 발언으로 비판받았던 만큼, 이번 투표는 노조 신뢰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조합원의 실망과 제 잘못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겠다"며 겸허한 태도를 보였다. 동시에 "2027년 임금·단체협약 준비와 DS·DX 운영 체계를 두 축으로 조직을 정비하겠다"며 다음 교섭에서 "이번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초기업노조가 과반 지위를 지키고 조직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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