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7.03(금)

반도체부터 통신·건설까지, SK 7개 계열사가 동시에 움직인 이유

SK 1조4000억원 투입으로 2·3차 협력사 생태계 재편한다

안재후 CP

2026-07-03 10:14:51

2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SK-1·2·3차 협력사 간 상생 협약’체결식 모습. [사진 SK]

2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SK-1·2·3차 협력사 간 상생 협약’체결식 모습. [사진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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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SK그룹이 협력사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협력사를 "핵심 이해관계자"로 명시했고, 1조4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하면서 1차 협력사에 국한된 지원을 2·3차까지 확대했다. 이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다단계 협력사 구조 전체를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신호다.

SK는 2일 서울 SKT타워에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과 의장급 임원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1·2·3차 협력사 간 상생 협약' 체결식을 열었다.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에코플랜트, SK지오센트릭, SK실트론, SK AX, SK인텔릭스 등 7개 계열사와 약 100개 협력사가 참여한 규모 있는 행사였다. 최 의장이 협약 자리에서 명시한 개념은 '울력'이었다. 마을의 공동 과제를 함께 해결하던 전통 방식이 현대 기업 생태계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주겠다는 선언이었다.

반도체 중심 1조4000억원 신규 지원, SK하이닉스가 거점
SK하이닉스가 중추 역할을 맡았다. 신규 자금 1조4000억원은 반도체 협력사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다. SK하이닉스는 협력사가 고가 장비를 이용해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분석측정지원센터'를 계속 운영한다. 새로이 가동하는 '트리니티 팹(Trinity Fab)'은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제품 신뢰성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다. 협력사가 대외 신용도를 쌓는 것을 직접 돕는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R&D 도전 보상제'도 운영한다. 협력사의 기술 개발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개발 완료 후 성과와 기여도를 평가해 후정산하는 방식이다. 협력사가 위험을 덜고 혁신에 집중할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 펀드 1.5배 확대, 금융지원 범위 대폭 넓혀
SK는 현재 6800억원 규모로 운영 중인 그룹 공통 동반성장 펀드의 지원 대상을 2·3차 협력사까지 확대했다. 기존에는 1차 협력사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협력사의 협력사까지 직접 지원하는 구조다. 협력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계층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도 새로이 운영한다. 중소 협력사 인력의 역량 강화가 생태계 전체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대금 지급 조건 대폭 개선, 현금 지급 비중 확대
SK는 중소 협력사의 자금 순환을 빠르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 1차 협력사에 대한 대금 지급을 마감 후 최대 10일 이내로 단축했다. 현금 지급 비중도 확대한다. 상생결제시스템을 이용하는 협력사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 시스템을 통하면 2·3차 협력사도 예치 계좌의 자금을 기존보다 조기에 수령할 수 있어, 중소 협력사의 자금 부담이 실질적으로 줄어든다.

SK텔레콤은 '대금지급바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마감 후 2영업일 내 100% 현금을 지급하는 서비스를 중소 협력사 전체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실트론은 이미 상생결제시스템을 운영하면서 2차 협력사에 대한 현금 지급 비중을 93.7%까지 높였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 직접 거래로 투명성 강화
SK는 거래 관행을 체계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1차 협력사가 2·3차 협력사에 대한 대금 지급 조건을 개선하면 재계약이나 신규 협력사 선정 평가에서 가산점을 부여한다. 인센티브로 건전한 대금 지급 문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SK AX는 2차 협력사 투입 여부를 모니터링하면서 직계약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자체를 개선해 협력사 간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각 단계별 협력사의 지급 기한과 수단을 점검해 전체 생태계에 건전한 거래 관행을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계열사별 차별화 전략, 각자의 역할에 충실
SK에코플랜트는 우수한 역량과 혁신기술을 갖춘 유망 기업을 지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스타트업과 중소 기업의 기술 사업화를 적극 지원한다는 뜻이다. SK지오센트릭은 생산성 향상과 ESG·안전환경 개선으로 협력사의 지속가능 역량을 강화한다. SK인텔릭스는 1차 협력사의 대금 지급과 공정거래 협약 체결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해 협력사 간 상생 문화 확산을 주도한다.

공정위와 SK, 협력 생태계 정착을 위한 동시행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협약 자리에서 "1차, 2차, 3차 협력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협력 문화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며 "공정위도 SK와 협력사 간 상생 노력이 성장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기관이 기업의 상생 노력을 공식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는 이 협약의 정책적 무게를 더한다.

최 의장은 "SK는 협력사와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협력사 성장이 곧 SK 성장이라는 인식이다. 이번 협약이 실제로 중소 협력사의 자금 순환을 빠르게 하고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질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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