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무섭게 바뀌는데, 정부의 규제나 제도는 여전히 과거 ‘한 회사 전속 설계사’ 시절의 낡은 틀에 갇혀 있다. 수수료 제한(1200% 룰) 등 시장 규칙이 바뀌고 있는 지금, 소비자 보호와 보험산업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판을 짜야 할 때다.
한 회사 상품만 파는 전속 설계사의 한계와 비용 착시
한 회사 상품만 파는 전속 설계사 채널이 줄어들고 GA가 뜨는 이유는 단순하다. 소비자의 눈높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한 회사의 상품 설명만 듣고 가입하지 않는다. 마트나 인터넷 쇼핑몰처럼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한눈에 비교하고 자신에게 딱 맞는 상품을 골라주는 서비스를 원한다. 이러한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와 선택이 GA의 빠른 성장을 이끈 것이다.
오히려 판매를 외주화(GA 활용)하는 것이 보험사 입장에서도 비용을 아끼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GA가 판매하는 상품은 손해율이 높다?"…진짜 책임은 보험사에 있다
GA를 통해 판매한 상품이 나중에 보험금 청구가 많아 손해율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화살을 잘못 겨눈 것이다. 대리점과 설계사의 역할은 시장에서 고객을 만나 보험계약을 주선하는 ‘영업’까지다.
이 계약을 받아줄지 말지, 즉 위험을 꼼꼼히 따져보고 최종 승인(언더라이팅)하는 것은 결국 원수사(보험사)의 고유 권한이자 책임이다.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손해율이 올라간 것을 판매채널 탓으로 돌리는 것은 보험사 스스로 자신들의 심사 능력이 부족하다고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시장 정상화의 열쇠: ‘1200% 룰’의 철저하고 엄격한 적용
이 규정은 단순히 설계사의 소득을 제한하는 법이 아니다. 일부 GA가 과도한 정착 지원금이나 인센티브를 내걸고 설계사를 빼내 오거나, 실적을 채우기 위해 가짜 계약(작성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고질적인 병폐를 막기 위한 핵심 브레이크다.
따라서 1200% 룰은 예외 없이 더욱 철저하고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꼼수 영업을 차단하고 수수료를 나누어 지급하는 '분급제'가 완전히 정착될 때, 비로소 GA 시장은 '수수료 따내기 경쟁'이 아닌 진정한 '품질 경쟁'으로 체질을 바꿀 수 있다.
사모펀드 자금 유입이 가져오는 보험 유통 혁신의 순기능
최근 사모펀드(PEF)를 비롯한 대형 외부 자본이 GA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유입되는 현상 역시 이러한 체질 개선을 촉진하는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 자본력을 갖춘 외부 투자자의 진입은 단순히 덩치를 키우는 것을 넘어 GA의 전반적인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순기능을 한다.
선진화된 기업 지배구조가 도입되면서 투명한 자금 집행이 가능해지고, 과거의주먹구구식 영업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체계적인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정밀한 전산 인프라와 설계사 전문 교육 프로그램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궁극적으로는 불완전판매를 줄이고 소비자에게 보다 고품질의 금융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대형 GA를 정식 금융기관인 ‘금융판매전문업’으로 제도화해야
자본 유입과 1200% 룰 엄격 적용 등으로 다져진 시장 기반 위에서, 이제는 거대해진 대형 GA를 제도권 안의 정식 금융기관인 ‘금융판매전문업’으로 승격시켜야 한다.
금융판매전문업이란 GA에게 단순한 '판매 대리점'이 아니라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독립된 금융회사의 지위와 자격을 주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GA는 특정 보험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고객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을 골라주는 '진정한 보험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그 대신 회사 내부에 금융회사 수준의 철저한 감시 및 위험 관리 체계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며, 불완전판매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 뒤에 숨지 말고 소비자에게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 지위가 올라가는 만큼 엄격한 책임도 함께 지우는 구조다.
패러다임의 전환을 향해
물건을 만드는 회사(제조)보다 좋은 물건을 골라주는 유통채널(판매)의 힘이 세지는 것은 모든 산업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GA의 성장을 억누르려고만 할 게 아니라, 1200% 룰을 칼같이 적용해 반칙행위를 잡아내고, 사모펀드 등 외부 자본의 긍정적 유입을 장려하면서, 한편으로는 ‘금융판매전문업’이라는 정식 옷을 입혀 그에 걸맞은 엄격한 책임을 지우게 하면 된다.
이것이 시장의 혼란을 막고, 보험산업을 보다 발전시키며, 궁극적으로 보험 소비자를 가장 안전하게 보호하는 길이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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