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주주 반발 계속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21일 국민연금을 찾아 삼성전자의 특별경영성과급 제도 관련 주주서한을 제출했다. 696명의 주주가 서명한 이 서한은 두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성과급이 임금인지 이익 배분인지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할 것. 둘째,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거칠 것이다.
주주들이 제기하는 논리는 간단하다.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은 고스란히 주주가 떠안는다. 그런데 임직원 보상은 주가와 무관하게 영업이익에만 연동된다는 것이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매년 수십조 원을 10년간 지급하는 이익 배분은 위험을 떠안는 주주 승인을 거쳐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 성과급 구조의 변화
SK하이닉스는 노사가 지난해 9월 초과이익분배금(PS)의 재원을 연간 영업이익의 10%로 정했다. 기본급의 1000%였던 상한을 폐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사업성과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책정했다. 두 제도 모두 10년 동안 지속된다.
실적 개선이 성과급 규모를 급증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7조 2000억 원을 기록한 후 2분기 잠정 영업이익으로 89조 4000억 원을 제시했다. 액트는 올해 예상 실적을 적용하면 성과급이 연간 최대 40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법적 근거 부족, 제도 공백 드러나
문제는 현행법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상법 제388조는 이사 보수를 주주총회 결의 사항으로 규정하지만, 일반 직원의 성과급에는 같은 절차를 요구하지 않는다. 주주들의 요구를 제도화하려면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 같은 법적 공백 속에서도 회사들은 성과급 제도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자사주 지급 제안과 노조의 반발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지난해 임금 합의 취지를 훼손하는 수준이라는 이유였다. 업계에서는 이 제안이 현금 유출 시점을 조절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47조 2063억 원에 10%를 적용한 PS 재원은 4조 7200억 원이었지만,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260조 원을 대입하면 26조 원 규모로 급증하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제도 수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 15일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구성원의 행복이 이해관계자의 문제를 침해한다면 제도를 손을 대고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든 사람이 싫어하지 않는다"며 즉각 개편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향후 논쟁의 쟁점과 산업 전방위 파급 우려
향후 교섭에서는 자사주 지급 비율과 직원 선택권 보장 여부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29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 성과급 재원 규모가 구체화되면서 제도 논의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우려는 더 크다. 반도체 호황기에 몰린 현금이 상한 없이 계속 빠져나가면 설비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호황기에 현금이 몰리지만 업황이 꺾여도 설비투자를 곧바로 줄일 수 없다"며 "상한 없는 성과급을 매년 현금으로 내보내면 투자 주기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이 갈등이 다른 산업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적 호조로 늘어난 성과급 재원과 주주가치 훼손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 유사한 분쟁이 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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