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가 국가 대표 수출 품목으로 격상되면서, 소비재 산업이 외교 무대 주역으로 부상한 것이다.
역대 최대 수출 실적, K-뷰티의 위상 변화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화장품 수출액은 약 70억달러(약 10조 8천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3% 증가했다. 2000년 통계 집계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는 처음 달성한 역대 최고 실적이다.
28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는 이상목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사장,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천주혁 구다이글로벌 대표,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가 참석했다. 대형 화장품 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 브랜드를 이끄는 기업과 유통 플랫폼이 한 자리에 명단을 올린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그동안 대통령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은 건설·플랜트, 방산,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 기업 중심으로 구성돼 왔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이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핵심 국가 수출 동력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중국 의존도 탈피, 수출 지도 완전히 재편
국가별 수출 동향을 살펴보면 K-뷰티의 시장 다변화 추세가 명확하다. 미국 수출액이 14억5000만달러(20.7%)로 1위를 기록했고, 중국 수출액은 10억1000만달러(14.4%)로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지난해 대비 6.6% 감소한 것으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집계됐다.
여전히 중국이 2위 시장이지만, 과거 중국 시장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미국을 포함해 유럽, 중남미 등으로 수출 지도를 다각화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미용·건강식품 시장 변동성과 소비심리 위축에 대응하는 경영 전략의 전환을 의미한다.
신흥시장인 중남미 지역의 성장세는 특히 두드러진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소기업의 대중남미 화장품 수출액은 1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1.9% 급증했다. 전체 화장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2% 미만이지만, 성장률만 봐서는 기존 선진시장은 크게 앞지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신흥시장이 K-뷰티 미래 성장거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브라질 세계 3위 중남미 최대 화장품 시장
브라질의 전략적 가치는 거대한 시장 규모뿐 아니라 위치에 있다. 인구 2억1000만명에 달하는 중남미 최대 소비시장인 브라질을 거점으로 삼으면 인접한 중남미 국가까지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브라질의 화장품 수입국 중 6위를 차지하고 있어 성장 여지가 충분하다.
다양한 인종(유럽계, 아프리카계, 원주민 혼혈)과 피부·모발 특성을 가진 현지 소비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다는 점도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이 라틴아메리카 진출의 거점으로 삼는 이유다. 특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K-뷰티에 대한 우호적 입장을 표명해 왔으며, 현지의 한류 문화와 함께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현지 분위기가 매우 우호적인 셈이다.
규제 장벽 허물기, 정상외교의 지렛대 활용
그러나 우호적인 분위기와 달리 진입장벽은 꽤 높다. 브라질 위생감시청(ANVISA)의 제품 등록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평균 6개월 이상의 심사 기간이 소요되며, 현지 임상 데이터 제출을 요구받을 수 있다. 관세 부담도 상당해 최대 30~50%에 이르는 수입 관세가 부과된다. 현지 법인과 유통망이 부족한 중소·중견 기업은 제품 등록, 인증, 통관 절차 전 단계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난관에 직면해 있다.
이번 경제사절단 동행의 핵심 목적은 개별 기업의 단독 역량으로는 돌파하기 어려운 규제 리스크를 정상외교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데 있다. 양국은 이미 지난 2월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브라질 위생감시청(ANVISA) 간 화장품 분야 규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지원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제품 등록과 인증 절차를 비롯한 양국 간 화장품 규제 협력이 한 단계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모레퍼시픽, 브라질 이어 페루까지 진출
아모레퍼시픽은 미쟝센과 려를 브라질에 선보인 이후 스킨케어 브랜드 라네즈의 진출 국가를 브라질과 페루까지 넓혔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플래그십 브랜드 라네즈의 진출은 브라질 시장에서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메디큐브를 앞세워 브라질의 드럭스토어와 화장품 편집숍으로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으며, 현재 남미 14개국에서 B2B 채널을 동시 진행 중이다. 중견 기업으로서 국가별 맞춤형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 티르티르, 스킨1004 등 핵심 브랜드를 브라질 대형 편집숍인 세포라 채널에 입점시켰다. 중소 브랜드들도 글로벌 유통 채널에 안착하는 성과를 거뒀다.
실리콘투는 글로벌 B2B·전자상거래 유통망을 브라질까지 확대하는 중이며, 연내 브라질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북남미를 잇는 유통 거점 마련이라는 장기 구상을 실행하는 단계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 제도적 토대 마련
정부도 기업들의 중남미 진출을 원료 개발부터 온라인 판매까지 전주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브라질 화장품협회와 남미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메르카도 리브레를 방문해 원료 공동 연구개발(R&D)과 생산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플랫폼 입점 및 마케팅 지원을 추진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2월 23일 브라질 국가위생감시청(ANVISA)과 화장품 분야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규제 정보 공유와 안전관리 경험 전수를 통해 한국 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브라질 개발산업통상서비스부가 공동 주최한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는 한국의 제조·인프라, 첨단산업, 소비재·유통 분야 기업 15곳이 참여했는데, 이 가운데 4곳이 K-뷰티 기업인 것 자체가 산업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신호다.
한국의 대브라질 화장품 수출액도 가파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 518만달러에서 지난해 5430만달러로 5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K-뷰티는 브라질에서 세포라, 나투라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과 직접 경쟁하는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이번 순방이 기업 단독으로는 돌파하기 어려웠던 중남미 현지 규제 장벽을 낮추고, 신시장 유통망을 선점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화장품이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국가 대표 수출 품목으로 격상된 만큼, 정부-기업 협력으로 중남미 지역에서의 한국 브랜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K-뷰티의 글로벌 경쟁력은 이제 동아시아에서 벗어나 중남미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검증될 차례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왼쪽부터) 이상목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사장, 김병훈 APR 대표, 천주혁 구다이글로벌 대표,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 [출처=각사]](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72812070504645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왼쪽부터) 이상목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사장, 김병훈 APR 대표, 천주혁 구다이글로벌 대표,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 [출처=각사]](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595&simg=2026072812070504645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