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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하이트진로·롯데칠성, 동남아 ‘소주 성공기’

포화상태 빠진 국내시장 탈출 베트남·필리핀 주객 입맛 사로잡아

안재후 CP

2026-07-29 11:35:43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포화상태에 빠진 국내 소주시장에서 탈출해 동남아에 진출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등 소주 2강 회사들이 선전을 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타이빈성에 첫 해외 공장을 지었고, 롯데칠성은 필리핀 자회사에서 흑자 전환의 맛을 보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 오픈한 진로BBQ. (사진=하이트진로)

베트남 하노이에 오픈한 진로BBQ.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 베트남에 첫 해외 생산 기지 건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북부 타이빈성의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 첫 해외 생산 공장을 지었다. 공장은 축구장 11배 크기인 8만 2083㎡ 부지에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팩토리로 설계됐다. 2026년 2분기 시운전 및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생산 규모는 야심적이었다. 연간 최대 500만 상자(1억 5000만 병)를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했지만, 초기 목표 생산량은 연간 100만 상자 이상으로 설정했다. 시장 진입을 안정적으로 진행한 뒤, 수요가 확인되면 규모를 늘릴 계획이었다.
베트남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타이빈성은 약 2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도시에 하노이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이 있었다. 국제공항과 항구, 해안도로 등 물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었고, 생산가능 연령대 인구 비중이 57%에 달해 인력 확보가 용이했다. 베트남 정부도 15년간 토지세 면제, 4년간 법인세 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하이트진로는 이 공장을 글로벌 확장의 전초기지로 정의했다. 2030년까지 해외시장 소주 매출 5000억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는 국내 시장에서의 의존도를 대폭 줄이겠다는 신호였다. 2024년 해외 소주 수출액이 약 1534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제 3배 이상의 성장이 필요한 도전적인 목표다.

필리핀펩시 현지 산토토마스공장 전경. (제공=롯데칠성음료)

필리핀펩시 현지 산토토마스공장 전경. (제공=롯데칠성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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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 필리핀에서 구조 개선 성과 창출
롯데칠성이 선택한 길은 완전히 달랐다. 필리핀에 이미 둔 자회사 PCPPI(필리핀펩시코)의 무너진 수익성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PCPPI는 펩시의 음료 제조·판매 법인이다. 펩시가 아닌 롯데칠성이 직접 운영하는 자회사다. 롯데칠성은 2024년부터 국내에서 성공한 'ZBB(Zero-Based Budgeting)' 전략을 필리핀에 옮겼다. 생산 자동화, 물류 통합, 취급 품목 효율화, 직접 판매 조직 강화—모든 것을 뜯어고쳤다. 그것이 '피닉스 프로젝트'였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필리핀 법인은 2025년 영업이익률이 대폭 개선됐고 2026년 1분기에는 영업이익 54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까지 저수익에 시달리던 법인이 2025년 중반부터 의미 있는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PCPPI는 연간 1조원 매출을 목표로 행진 중이다.
하지만 현실은 복합적이었다. PCPPI의 성과는 탄산음료와 에너지음료에서 나왔다. 소주 매출은 겨우 몇십억원대다. 롯데칠성이 노린 것은 여기였다. 음료로 만든 필리핀의 유통망과 영업 조직을 주류(특히 '새로')로 확장할 수 있을까. 국내에서 '새로'가 저도주 바람을 탔으니, 필리핀에서도 비슷한 성공을 재현할 수 있지 않을까.

두 회사의 해외 전략, 무엇이 다른가
하이트진로의 강점: 국내 소주 시장에서 69%의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압도적인 브랜드 파워. '진로(JINRO)'가 2001년 이후 25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주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해외 진출 시 강력한 자산이다. 다만 베트남 공장은 아직 건설 단계에 있어, 본격적인 수익 창출은 2026년 후반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칠성의 강점: 경영 효율화와 현지 운영 경험. ZBB 전략으로 필리핀 법인의 수익 구조를 개선했고, 이제 글로벌 매출 비중이 43.9%까지 확대됐다. 이미 해외에서 현금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다만 현재 해외 실적의 주축은 음료이며, 주류로의 확장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지화 전략이 성패를 가르다
베트남 시장의 과제: 하이트진로는 '진로' 브랜드를 현지인 입맛에 맞춰야 한다. 베트남 소비자들은 더 달고 과일향이 풍부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중국산 저가 증류주와 현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가격대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관건이다. 알코올 규제 강화 가능성도 변수다.

필리핀 시장의 과제: 필리핀은 위스키, 럼, 보드카 같은 국제 주류가 강한 시장이다. 소주라는 낯선 카테고리를 어떻게 포지셔닝할지가 중요하다. 롯데칠성이 '새로'의 성공 공식을 이곳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필리핀 현지 입맛과 주류 소비 문화는 한국과 다르다.

해외 사업이 미래를 결정한다
국내 시장이 성장할 여지가 거의 없으니, 두 회사의 향후 실적은 해외 자회사 성과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공장의 본격 가동(2026년 후반)과 '진로' 브랜드의 현지 정착 여부가 관건이다. 2030년 5000억원 목표가 현실적인지, 아니면 중간 목표부터 달성해가며 조정할지가 주목 포인트다.

롯데칠성은 필리핀 법인의 안정적 수익성 유지와 주류 사업으로의 성공적 확장이 숙제다. 음료에서 만든 유통망을 주류로 확대할 수 있다면 고무적이지만, 현지 소비자가 소주에 관심을 가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결국 두 회사의 미래는 누가 현지 시장을 더 깊이 이해하고, 빠르게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2026년과 2027년의 해외 실적이 한국 주류 업계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릴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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