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9.09(수)

삼성, 佛 AI기업 미스트랄과 전략동맹

1조 지분투자 반도체 특화 AI 공동개발 키로

안재후 CP

2026-09-09 13:02:29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아르튀르 멘쉬 미스트랄 AI 회장.. 청와대에서 열린 한-프랑스 국빈오찬_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아르튀르 멘쉬 미스트랄 AI 회장.. 청와대에서 열린 한-프랑스 국빈오찬_연합뉴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삼성전자가 프랑스 인공지능 기업 '미스트랄 AI'(Mistral 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반도체 공정에 특화된 자체 AI 모델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2024년 삼성벤처투자 지분 참여로 시작한 관계가 2년이 지나 기술 개발, 제조 협력, 대규모 지분 투자로 확대되면서 반도체 생태계 선점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결실을 맺게 됐다.

2년 협력 결실 … 삼성 1조 투자
9월 8일(현지시각) 미스트랄은 시리즈 D 투자 라운드에서 총 30억유로(약 4조7000억원)를 조달 받았다. 이 중 삼성전자는 약 1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스트랄은 이번 투자에서 기업가치를 210억유로(약 33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았다. 유럽 민간 기술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지분 투자 라운드다.

이 투자 라운드에서 삼성전자는 주요 투자자로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EQT가 운용하는 스케일업 유럽 펀드와 PSG 에쿼티가 공동 투자자로 참여했고, 신규 투자자로는 애드벤트, 블랙록 펀드, 룩셈부르크 대공국 등이 합류했다. 기존 투자자인 ASML, 엔비디아, 앤드리슨호로위츠(a16z), 제너럴캐털리스트 등도 추가 투자했다. 이는 반도체와 AI 분야의 글로벌 핵심 기업들이 한데 모인 연합 투자의 성격을 보여준다.

양사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벤처투자는 2024년 6월 미스트랄의 시리즈 B에 6억유로(약 8900억원) 규모로 참여했고, 지난 4월에는 아서 멘쉬 미스트랄 CEO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찾아 전영현 DS부문장과 기술 협력을 논의했다. 이번 투자는 2년간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삼성벤처투자의 재무적 투자에서 삼성전자 DS부문이 직접 나서는 전략적 기술·제조 동맹으로 진화한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미스트랄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DS부문의 기술 및 제조 데이터와 미스트랄의 AI 모델 기술을 결합해 반도체 특화 AI 모델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공장 혁신 시작…반도체 제조 현장에 AI 심다
삼성전자는 미스트랄의 대형언어모델(LLM) '미스트랄 라지' 등을 반도체 설계·제조 현장에 직접 도입한다. 반도체 공정에 맞춘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고, 데이터 분석·결함 예측·공정 최적화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개발 기간을 줄이고 생산 효율과 품질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미세공정이 고도화될수록 설계와 제조 과정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방대한 공정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는 능력이 생산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다.

이번 협력은 삼성이 추진해온 'AI 자율공장' 구상을 실제 반도체 현장에 구현하는 첫걸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2030년까지 국내외 생산기지를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장 운영 전반에 AI 에이전트와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인데, 미스트랄과의 공동 개발을 통해 이를 실현할 수 있다.

데이터 주권이 경쟁력…온프레미스 방식 선택
양사의 협력에서 주목할 부분은 데이터 보안 전략이다. 공동 개발한 AI 모델은 외부 클라우드가 아닌 삼성전자 자체 서버와 데이터센터에서 운영하는 온프레미스(사내 구축형) 방식으로 구축된다. 반도체 공정 조건, 설계 정보, 수율 데이터 같은 핵심 자료를 내부에 두고 AI 모델과 연산 환경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미스트랄이 강조하는 '소버린 AI(주권형 AI)' 전략과 맞닿아 있다. 미스트랄은 2023년 프랑스에서 출범한 AI 스타트업으로, 모델을 내려받아 필요에 맞게 수정·운영할 수 있는 '오픈웨이트' 기술로 성장했다. 금융·제조·에너지 등 데이터 보안이 중요한 산업에 특히 유리한 접근법이다.

삼성과 미스트랄의 협력은 미국 빅테크와 다른 경로다. 데이터를 내부에 두고 AI 주권을 지키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공정 기술이 최고의 자산인 만큼, 이 전략은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동시에 국가적 이익을 보호한다.

협력 범위 확대… 반도체 생태계 전체로 확산
양사는 이번 파트너십을 메모리, 파운드리, 로직 등 DS부문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나아가 삼성의 고객사와 협력사까지 연결하는 AI 기반 반도체 생태계 구축도 추진한다. 미스트랄의 AI 기술을 삼성 반도체 사업 전체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은 "미스트랄 AI와 함께 반도체 산업에 특화된 AI 모델과 플랫폼을 구축해 AI 기반 반도체 혁신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유럽 AI 인프라 확대 … 새로운 메모리 시장 열려
미스트랄 자체가 삼성전자의 잠재 고객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스트랄은 AI 모델뿐 아니라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도 직접 구축하고 있다. 2030년까지 유럽에서 최대 1GW 규모의 컴퓨팅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하면 미스트랄은 대규모 AI 서버를 도입해야 한다. 서버에 탑재되는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늘고 성능이 높아질수록 이를 지원할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서버용 D램 수요도 함께 커진다. 미스트랄의 인프라 투자가 곧 삼성전자의 메모리 수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지금까지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는 미국 빅테크가 주도해왔다. 미스트랄이 유럽에서 자체 인프라를 확충하면 삼성전자는 북미 중심의 AI 메모리 수요처를 유럽으로 확대할 수 있다. 기술 협력과 메모리 공급이라는 양방향 협력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AI 협력 생태계…미국 빅테크 독점 깨기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오픈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고, 올해 5월에는 앤트로픽 투자에 참여했다. 이제 '유럽의 오픈AI'로 불리는 미스트랄까지 협력 대열에 합류시켰다.

하지만 협력의 방식이 다르다. 오픈AI·앤트로픽과의 관계는 주로 AI 인프라에 필요한 반도체를 공급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미스트랄과의 협력은 AI 기술을 삼성의 반도체 설계와 제조 현장에 직접 적용해 자체 생산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이다. 직전 시리즈 C는 ASML이 주도했지만 이번 시리즈 D를 삼성전자가 주도하면서 반도체·AI 분야의 글로벌 연합의 중심축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AI 시대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칩 공급을 넘어 기술 협력과 생태계 구축에 달려 있다. 삼성전자가 미스트랄과 함께 만드는 것은 AI를 통해 자신의 제조 능력을 혁신하고, 동시에 유럽의 AI 인프라 확대에서 새로운 수요 기회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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