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기열 (사)한국장애인녹색재단 경상북도지부장
우리 형사소송법은 구속을 예외적 조치로 규정한다.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만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 헌법이 명시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고, 구속은 어디까지나 보충적 수단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사안의 피의자는 올해 95세로, 초고령자로 알려져 있다. 신천지 측은 그간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압수수색과 자료 제출 요구에 협조해 왔다고 주장한다. 이런 정황이 사실이라면, 증거 인멸 우려를 이유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만큼 급박한 사정이 있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해외 사례를 보면 우리 사법 관행과의 온도 차가 드러난다. 유럽연합 여러 회원국은 피의자가 80세 이상인 경우, 폭력이나 살인 등 중대 강력범죄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구금을 제한하고 가택연금이나 전자장치 부착 등 대안적 조치를 활용한다. 유엔이 채택한 ‘만델라 규칙’ 역시 모든 피구금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강조하며, 구금 환경이 신체적 취약계층에 가할 수 있는 건강상 위험을 경고한다.
구속된 피의자는 재판을 통해 무죄가 밝혀질 수도 있는 미결수일 뿐, 형이 확정된 기결수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실질적 법치주의 인권국가로 나아가려면, 고령자와 장애인, 중증 환자와 같은 신체적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구속의 대안을 적극 모색하는 사법적 지혜가 필요하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가치는 개인의 인간적 존엄과 생명권을 전제로 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장애인과 고령자의 인권을 다뤄온 현장의 목소리로서, 이번 사안이 우리 사회가 신체적 취약계층을 대하는 사법적 태도를 되짚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기고: 윤기열 (사)한국장애인녹색재단 경상북도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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