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화란, 퇴직연금을 연금형식으로 받는 것을 의미한다.
27세에 첫 직장에 들어가면서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가 8년 근무 후 35세에 이직하여, IRP(개인퇴직계좌)에 2,000만원이 적립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당장 일시불로 찾으면, 세금을 제하고 약 1700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55세부터 연금으로 받으면 세금혜택을 받아 190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금액만 놓고 보면 연금으로 받는 것이 좋은 것 같지만, 현재 10명 중 9명 이상이 일시불을 선택한다. 미래의 연금보다 현재의 목돈으로 대출금 상환이나 주택 마련 등에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연금화 비율을 높일 수 있을까?
첫 번째,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다. 위의 사례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물가와 수익률이다. 물가상승률이 2%,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5%라고 가정하면 55세부터 80세까지 받을 수 있는 연금은 현재가치로 매달 12만원이다. 세금 등을 감안하면 약 3,000만원을 받는 셈이 된다.
따라서 퇴직연금 수익률이 현재와 같은 2% 수준이 아니라 5% 수준으로 높아지면, 질문은 1,700만원의 목돈을 찾을 것인가 3,000만원을 20년 지난 55세부터 80세까지 나누어 받을 것인가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예상되는 물가상승률(2%)보다 높은 수익률(5%)을 받을 수 있어야 연금선택 비율이 높아진다.
두 번째 퇴직연금 적립금액이 커져야 한다. 같은 근로자가 매년 700만원씩을 IRP에 추가 적립하여 연 100만원을 연말정산 시 환급 받는다고 가정하자. 수익률이 5%라면 적립금액은 대략 8,000만원이지만, 연금이 아닌 일시불로 찾게 되면 대략 6,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앞의 퇴직급여와 합산하면 총 1억이 IRP에 적립되었고 일시불로 찾게 되면 7,700만원을 찾을 수 있지만, 연금으로 받게 되면 매달 60만원을 받게 된다. 이는 세금 등을 감안할 때 1억5천만원에 해당한다. 질문이 7,700만원을 바로 받을지 1억5천만원을 55세부터 나누어 받을지 선택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금액이 커지고 연말정산 혜택을 받게 되면 연금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같은 근로자가 35세 이후 여러 번 이직했지만 55세까지 같은 IRP에 계속해서 퇴직급여를 누적하고 연말정산을 위하여 매년 700만원을 적립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임금상승률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지만 250만원~300만원 내외의 현재가치에 해당하는 연금을 55세부터 80세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정도면 퇴직연금이 노후안전판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퇴직연금에 대한 인식과 제도 변화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들의 수익률을 감안할 때 퇴직연금 수익률 5%는 충분히 현실적인 수익률이다. 그럼에도 2% 수준인 현재 수익률에 대해 연금사업자와 가입자들의 인식은 관대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사례를 통해 확인했듯이 연금화라는 노후준비 관점에서 이러한 인식은 분명 바뀌어야 한다. 인식의 변화를 위해선 정부정책을 포함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가입자의 인식 변화와 교육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적립 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는 IRP 추가 적립이 용이하고 이에 대한 종합적인 세제혜택 즉, 통산이 원활하게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는 여러 제약으로 인하여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더불어 연금으로 받는 것 또한 금융상식을 벗어난 방식의 계산식을 적용하고, 제대로 계산된 금융상품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에 근본적 제도개편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퇴직연금이 적립단계의 제도는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지만, 연금을 지급하는 지출단계 제도는 매우 미흡한 것이 현실이기에 이에 대한 변화와 정책이 필요하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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