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연대에는 삼성전자 내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을 비롯해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울산, 전국삼성전자서비스, 삼성생명서비스,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삼성카드고객서비스, 삼성웰스토리, 삼성에스원참여, 삼성엔지니어링 노조 등 총 13개 계열사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성과급 파격 지급이 촉발
이번 집단행동은 SK하이닉스가 올해 직원 1명당 평균 1억 원 안팎의 파격적인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후폭풍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올해 임금 교섭에서 성과급 제도 중 하나인 초과이익분배금(PS)의 상한선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깜깜이·차별·상한제" 3대 불공정 구조 지적
노조연대는 삼성의 성과급 제도가 '깜깜이', '차별', '상한제'라는 3대 불공정 구조를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은 연간 영업이익을 토대로 한 성과급 제도인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에 경제적 부가가치(EVA) 방식을 산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EVA는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법인세·투자금 등)을 차감한 금액인데, EVA는 경영상 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임직원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삼성노조연대가 EVA를 두고 '깜깜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예컨대 영업이익이 100억원이라고 해도, 이를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이 99억원이면 성과급은 1억원을 기준으로 정하는 방식이다.
한기박 전삼노 위원장은 "노동자의 땀은 투명한데 성과급 기준은 불투명하다"며 "직원들 사이에서 과연 열심히 일할 이유가 있는가라는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사내 분위기는 분노와 허탈감으로 가득 차 있다"며 회사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노조, 세 가지 개선안 제시
또한 개인별 성과급을 연봉의 50%로 제한하는 상한제를 철폐하고 고성과 직원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가능한 성과급 제도 마련을 요구했다. 삼성그룹의 OPI는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1회 지급하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모·자회사 간 성과급 차별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의장은 "과거 수십년간 삼성이 자회사 성과급을 차등 지급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회사와 자회사 간 차별이 극심해졌다"며 "지나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라도 임금정책을 개선해 달라"고 했다.
이재용 회장에 직접 결단 촉구
노조연대는 삼성그룹의 정점인 이재용 회장이 성과급 개선을 결단할 것을 촉구했다. 오 의장은 "이재용 회장이 직원들과 노동조합과 소통해 달라"며 "초격차 삼성의 변화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견인할 수 있도록 성과급 제도 개선에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한 위원장도 "투명하고 공정한 보상이야말로 기업 성장의 가장 확실한 동력"이라며 "전삼노는 노조연대와 흔들림 없이 투쟁해 나갈 것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실적 부진 속 요구…당위성 논란도
다만 반도체 등 주력 사업 부진으로 고전 중인 삼성전자가 실적 반등을 위해 총력을 쏟는 상황에서, 노조의 이 같은 요구는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1조361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4% 감소했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16조6534억 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우선 실적을 본궤도에 안착시킨 후 노사가 보상 체계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외에도 스마트폰·가전 등 사업군이 다양한 탓에 실적이 각기 다른 사업부를 두고 영업이익 전체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나누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부의 상법 개정 흐름에 맞춰 주주환원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배당액은 총 4조911억 원으로 국내 기업 중 1위로 나타났다.
임단협 협상 앞두고 협상력 강화 나서
전삼노는 곧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 준비에 돌입하며, 이르면 11월 사측과 교섭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전삼노는 2026년 임단협을 앞두고 최근 삼성노조연대 합류를 결정하며 성과급 협상을 위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2만9433명으로 이달 들어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달 초 출범한 새 집행부가 노조 신뢰 회복에 적극 나서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삼노는 조합원 수를 계속 늘리고 타 노조와의 연대를 강화하며 성과급 제도 개선을 위한 협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요구가 확산할 경우 임단협 협상을 앞두고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