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가지 흥미로웠던 대목은 발군의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동인을 찾던 주주들이 해외 비즈니스를 책임지고 있는 박현주 글로벌 전략가(GSO)에게 그 공을 돌렸다는 점이다.
실제 미래에셋증권 해외법인은 전년 대비 약 200% 증가한 4981억원의 세전 이익을 기록했다. 당초 2030년까지 세전이익 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으나 불과 1년만에 목표치에 근접한 것이다.
와이지에셋매니지먼트 “주주가치와 연동된 보상 체계 마련해야”
그러나 해외법인 실적만 놓고 박현주 회장의 공을 평가하는 건 근시안적 시각이란 게 시장의 평가다. 박 회장은 스페이스X와 xAI 등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와 글로벌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이 결실을 맺으면 미래에셋증권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하고 이에 맞춰 상상을 초월할 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이날 주총에서는 박 회장에 대한 보상이 이슈가 됐다. 미국 와이지에셋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해외 혁신기업 투자 과정에서 박 회장의 전략적 자문과 역할이 컸다"며 "미국 기업처럼 GSO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주주가치와 연동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현재 보상 구조는 전통적인 CEO 체계를 따르고 있다. 국내 공시 체계상 상장사 등기이사 급여와 성과급은 사업보고서에 공시되지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GSO 역할에 대해서는 별도의 성과연동 보상 프로그램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박 회장은 2010년부터 자산운용에서 받는 배당금을 전액 기부해고 있는데 이렇다 보니 더욱 명확한 성과 보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주주들 의견이다.

블랙스톤 슈바르츠만 회장 1조2400억 보상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전략가나 투자위원회 멤버들의 보상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블랙스톤의 스티브 슈바르츠만 회장은 2025년 총 1조2400억원 규모의 보상을 받았는데 이 중 약 1조1000억 원은 지분 배당이고, 1255억 원은 캐리(carried interest)와 인센티브 수수료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기본 급여와 성과급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구조다.
블랙스톤의 모델은 투자 성과와 보상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펀드가 창출한 수익에서 일정 비율을 관리진에게 귀속시키는 캐리 구조가 바로 그것이다. 유사하게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GIC나 테마섹 같은 장기투자 기관들도 핵심 경영진 보수를 시장 수준으로 설정하되, 상당 부분을 5~10년 단위의 장기 수익률과 리스크 조정 수익에 연동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주총에서 나온 주주들의 제안은 구체적이었다. 남중수 전 KT 사장은 "미래에셋증권이 자본시장에서 훌륭한 위상을 확보하고 주가 흐름을 가지고 온 것은 박 회장의 공헌이 컸다"며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박 회장의 공헌에 대한 보상을 이사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제안했다. 회사 측도 이 요청에 응했다.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고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보상 시스템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김미섭 부회장 “기대에 부응하는 보상 시스템 검토하겠다”
미래에셋그룹이 앞으로 설계할 보상 체계가 주목되는 이유는, 이것이 한국 금융그룹의 지배구조와 보상 철학에 관한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사들처럼 GSO 직무를 명확히 정의하고, 글로벌 혁신 투자 수익률, 그룹 ROE와 시가총액 개선 같은 장기 KPI를 공개한다면,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신뢰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재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을 장악하는 수직적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하지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글로벌 전략가로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변화가 곧 "성과와 보상의 체계적 연결"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기존의 암묵적 신뢰 구조"가 유지되는지는 향후 미래에셋그룹의 거버넌스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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