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열린 로비 스토리 타운홀에서 새 로비 기획에 참여한 담당자들과 함께 토크 세션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영역의 ‘화학적 반응’
정 회장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로보틱스 분야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균형이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산업을 주로 해왔고, 로보틱스는 해보지 않았던 분야"라며 "시행착오를 빨리 겪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극복해서 더 좋은 것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정 회장은 "로보틱스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고, 하드웨어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핵심을 짚었다. "두 분야에서 정서와 문화가 융합되는 화학적 반응이 중요한 만큼 그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제조업의 노하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소프트웨어 역량을 어떻게 확보하고 기업문화를 통합할 것인가가 로보틱스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인식이 엿보인다.
양재사옥에 투입된 세 가지 로봇들
정 회장은 "고객들에게 내놓기 전에 내부적으로 확실하게 해서 내보내야 한다"며 양재사옥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임직원들이 로봇들을 보면서 회사가 가는 방향을 공감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로봇들의 장단점, 개선해야 할 점들을 바로바로 말해준다면 좋은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부 검증을 거쳐 시장 출시 준비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율주행, 안전 중심으로 추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대해 정 회장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금 늦더라도 현대차그룹은 안전에 더 많이 중점을 둬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나 중국 완성차 기업, 웨이모 같은 선도 기업들이 빠르게 진행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다른 접근법을 택하겠다는 뜻이다.
"기능을 사용하다 문제가 되면 자율주행을 쳐다보기가 싫어질 수 있고, 이 때문에 고객 관점에서 신경을 쓰고 있다"며 안전성을 우선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용자가 자율주행 기술에 신뢰를 가져야 한다는 고객중심 철학이다.
정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이 광주에서 자율주행 차량 200대를 선행적으로 운영하기로 했고, 기술의 모자란 부분은 채워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차근차근 데이터를 확보하고 기술을 고도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근 중국산 전기차들이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상황을 정 회장은 "좋은 기회"라고 진단했다. "고객들이 좋아할 수 있는 기능이나 상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전 세계 어느 회사라도 저희가 배울 게 있으면 배워야 하고, 한편으로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장 위협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관찰과 학습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고객 니즈를 파악하고 현대차그룹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중동 불확실성과 공급망 재편
대외 정세 변화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도 언급했다. 정 회장은 "사우디 공장 건설이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이고, 중동 판매도 많이 줄어들었다"며 현실을 직시했다. "전쟁은 곧 끝나겠지만, 그 이후를 대비해 준비를 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각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리스크 요인에 대한 중장기 대응책을 준비 중이라는 메시지다.
노사관계, "상생의 기반 위에서"
노사관계에 대해 정 회장은 신중함과 포용의 자세를 드러냈다. "주주와 국가 발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판단하겠다"며 최근 성과급 확대 요구에 균형 있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노사가 오랫동안 함께 해왔고 굴곡도 있었다"며 역사적 맥락을 제시했다. "6.25전쟁 이후 자본주의 사회가 된 지 기간이 길지 않아 여러 상황을 겪고 있다고 보고, 여기서 잘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면 전 세계에서도 앞서나갈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등을 미래 경쟁력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이 담겨 있다.
주가보다 기술과 품질에 집중
최근 현대차 주가의 가파른 상승세를 묻는 질문에는 현실적 답변이 돌아왔다. "주가는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이고, 저희가 지속해서 올라가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근본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술이나 품질에 더 많이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단기 주가 변동보다 장기 기업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경영 철학이 반영된 발언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