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를 짓누르는 공급망 위기
현대그룹의 조선·해양·에너지 부문을 담당하는 HD현대가 협력사 지원에 나섰다. 14일 발표한 이 조치는 협력사가 겪고 있는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과 원자재 가격 급등이 협력사들의 경영 상황을 악화시켰고, 이는 곧 HD현대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HD현대는 5월과 6월에 지급할 예정이던 자재대금을 합산해 총 7400억 원을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시기를 최대 9일 앞당기는 방식이다. 이는 협력사들의 자금 흐름을 개선해, 생산 기반을 보호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계열사별 상황에 맞춘 맞춤형 지원
조선·해양 부문이 지원의 중심이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가 약 5680억 원의 자재대금을 선지급한다. 이 두 계열사는 중동 수주 확대를 꾸준히 추진해온 만큼, 협력사 안정화가 중요한 과제다. HD현대마린엔진과 HD현대마린솔루션도 각각 257억 원과 100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에너지 부문도 빠지지 않았다. HD현대일렉트릭은 1330억 원을 조기 집행한다. 건설기계 부문의 HD건설기계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다. 원자재 및 부품 수급난을 겪고 있는 협력사를 위해 하도급대금 연동제의 조정 주기를 단축했다. 이는 원자재 가격 변동을 더 빠르게 반영해 협력사의 가격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다.
대통령 당부에 구체적 행동으로 답하다
HD현대의 이 결정은 시간 문제로 봐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를 방문해 "튼튼한 생태계가 구축돼 성장의 과실들이 골고루 나눠지고, 회사 내에서도 사용자와 노동자가 함께 과실을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강조한 지 하루 만이었다. 대통령의 당부에 대한 구체적인 응답이 곧바로 나온 셈이다.
이는 업계에 신호를 보내는 측면도 있다. 협력사와 노동자를 함께 고려하는 경영 방식이 이 시대의 요구라는 메시지 말이다.
전쟁 장기화 땐 지급 대상, 규모 늘릴 계획
이는 중동 지역이 HD현대에 얼마나 중요한 시장인지를 보여준다. 동사는 지난달에도 선박 건조 핵심 원재료인 에틸렌과 도료 원료 등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협력사에 제공한 바 있다.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이미 여러 차례 손을 써온 상태다.
상생의 철학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현대
HD현대 관계자는 "협력사는 운명공동체"라며 "동반성장을 위한 상생 방안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당장의 선지급으로 협력사의 자금 부담을 덜고, 향후 위기 상황에 더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요 기업의 협력사 지원은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는다. 생산 기반 전체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이자, 장기적 경쟁력 확보의 기초다. HD현대가 택한 이 길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을지, 아니면 개별 대응으로 남을지는 향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