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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s View] 법정에서 빠져나와야 할 ‘세기의 이혼'

13일 최태원-노소영 파기환송심 조정기일 … 9년 송사, 이제 끝내야

안재후 CP

2026-05-13 09:13:19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서울고법 가사1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13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조정기일을 연다. 지난 1월 9일 비공개 첫 변론 이후 4개월 만이다. 2017년 7월 최 회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한 시점부터 헤아리면 두 사람의 송사는 어느덧 9년째에 접어든다.

대법원이 그어둔 선, 더는 비켜갈 수 없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심이 명령한 1조 3808억원 재산분할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위자료 20억원만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이 짚은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2심이 노 관장의 기여도 근거로 삼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은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의 보호 영역 밖”이라며 재산분할 산정에서 빼야 한다고 못 박았다. 둘째, 대법원은 혼인 파탄 시점을 노 관장이 반소를 제기한 2019년 12월로 보고, 그 이전 최 회장이 동생 등 제3자에게 증여하거나 처분한 1조 1000억원 규모 주식과 자산도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이 두 항목을 산정에서 빼면 2심이 계산한 1조 3808억원의 산술적 토대 자체가 무너진다. 1심이 명령한 현금 665억원과 2심이 명령한 1조 3808억원 사이의 간극은 결국 ‘비자금을 인정하느냐’는 한 줄 차이였고, 대법원은 그 줄을 지웠다.

다만 대법원이 SK 주식 전체를 ‘특유재산’으로 못 박은 것은 아니다. 1심은 SK 주식을 최 회장이 선친에게 상속받은 특유재산으로 봐 분할 대상에서 빼고 665억원만 인정했지만, 2심은 노 관장의 내조·가사노동 기여를 인정해 분할 대상에 포함시켰다. 파기환송심에서 양측이 다시 부딪힐 지점이 바로 여기다. 한편 여성계와 법조계 일부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단이 “가정을 돌본 배우자의 기여를 과소평가할 수 있는 선례”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가사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사회적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큰 가닥을 정리한 이상, 양측이 끝까지 법정 다툼을 벌여서는 실익이 없어 보인다.

송사에 묶어 있는 동안 무거워진 짐
최 회장이 송사에 묶여 있는 동안에도 그가 짊어진 짐은 점점 무거워졌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1분기에 매출 52조 5763억원, 영업이익 37조 6103억원, 영업이익률 72%를 기록했다. 창사 이래 분기 매출 50조원을 처음 넘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5% 폭증했다. 에프앤가이드 집계 기준 2026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47조 7000억원 수준이며, 증권사별 전망치는 223조원에서 280조원 사이에 분포한다. 2025년 연간 영업이익 47조 2000억원의 5배를 웃도는 규모다. 시장은 이 숫자를 두고 “14년 전 모두가 반대하던 하이닉스 인수를 밀어붙인 최 회장의 승부수가 AI 시대에 결실로 돌아왔다”고 평가한다.

최 회장은 2026년 2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혹 탄 브로드컴 CEO 등 빅테크 수장 5명을 연이어 만났다. 3월 엔비디아 ‘GTC 2026’에서는 깁스를 한 채 황 CEO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공급을 논의했다. 한 글로벌 기업의 오너가 직접 발로 뛰며 칩 설계 초기 단계부터 메모리를 끼워 넣는 ‘공동 설계’ 구도를 만들어내는 장면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단순 공급사에서 AI 인프라 설계자로 도약하는 분기점으로 읽힌다.

상의 회장 짐도 결코 가볍지 않아
기업인 최태원의 시간만이 아니다. 그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2025 APEC CEO 서밋에서 의장을 맡아 21개국 1700여명의 글로벌 기업인을 한자리에 모았다. 올해 1월에는 이재명 대통령, 4대 그룹 총수와 함께 베이징 조어대에서 9년 만의 한중 비즈니스 포럼을 주관했다. 같은 달 2026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는 “2026년은 마이너스 성장으로 갈 것인지, 새로운 성장의 원년을 만들 것인지 결정할 마지막 시기”라고 경고했다. 한일 경제연대, 메가 샌드박스, AI 투자 확대까지 그가 던진 의제는 한 기업의 손익을 넘어 국가 단위의 성장 공식을 다시 짜자는 제안이다.

이 의제들을 끌고 갈 추진력은 결국 시간과 집중력에서 나온다. 송사가 길어질수록 잃는 것은 최 회장 개인이 아니라 그가 책임진 영역 전체다. 반도체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한국이 ‘퍼스트 무버’ 자리를 굳히려는 시점, 보호무역과 미·중 갈등으로 통상 환경이 흔들리는 시점에 4대 그룹 총수의 시계 한 축이 법정에 매여 있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자기 목소리 충분히 낸 노소영 관장 … 소모전 이제 그만
노 관장 역시 충분히 자기 목소리를 냈다. 1심의 665억원에서 2심의 1조 3808억원으로 뒤집은 반전, 위자료 20억원 확정, 대법원까지 끌고 간 9년의 다툼은 그 자체로 한국 가사소송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노 관장은 아트센터 나비를 통해 미디어 아트라는 자신의 영역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법정이 더 줄 수 있는 것은 이제 많지 않다. 대법원이 그어둔 새 기준 위에서 다시 다투는 시간은 양쪽 모두에게 소모적이다.

조정은 패배가 아니다. 양측이 대법원 취지를 받아들여 현실적 타협안을 도출한다면, 그것은 9년 분쟁의 가장 성숙한 마무리다. 13일 조정 테이블이 ‘세기의 이혼’이라는 자극적인 수식어를 거두고, 두 사람을 각자의 다음 무대로 돌려보내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최태원에게는 SK와 한국 경제, 노소영에게는 예술과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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